[친절한 쿡기자] 넘치는 ‘관찰예능’ 시청자는 지겹다

입력 2014-03-03 01:36


[친절한 쿡기자] 바야흐로 ‘관찰 예능’이 대세입니다. 관찰 예능은 스타들을 생소한 환경에 풀어놓거나, 특정한 상황을 주고 그들의 반응과 행동을 살피는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죠. MBC ‘무한도전’에서 시작돼 KBS2 ‘1박 2일’로 이어지며 관찰 예능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최소한의 대본과 상황만으로 만들어지는 장면들은 곧 큰 인기를 얻었죠.

그런데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이제는 TV를 틀면 온통 관찰 예능입니다. 지상파 3사의 편성표를 살펴볼까요. 월요일 SBS ‘오 마이 베이비’로 시작합니다. 목요일은 KBS2 ‘마마도’ MBC ‘집으로’ SBS ‘자기야-백년손님’. 금요일은 KBS2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 MBC ‘사남일녀’ ‘나 혼자 산다’ SBS ‘정글의 법칙’이 자리하죠. 토요일은 KBS2 ‘인간의 조건’ MBC ‘우리 결혼했어요’ ‘무한도전’, 일요일은 KBS2 ‘1박 2일’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등입니다. 관찰 예능의 아류인 화요일 SBS ‘심장이 뛴다’ 등까지 더하면 일주일 내내 관찰 예능이 방송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두가 재미있고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아닙니다. 편성표는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내놓습니다. 작은 부분만 다를 뿐, 형식은 똑같죠. 시청자는 일주일 내내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지켜봐야 합니다. 연예인들이 무슨 음식을 먹고, 어떤 차를 타고 어디에 가는지가 중계됩니다. 시청자가 낸 수신료의 대가는 연예인의 아이가 미키마우스를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의미도, 깊이도 없는 내용들이 계속 반복됩니다.

방송계 일각에서는 관찰 예능이 한계에 달했다는 반응입니다. 원조인 ‘무한도전’이나 ‘1박 2일’의 경우 기존 포맷 안에서 프로그램 색깔을 지켜나가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못합니다. 시청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결과는 좋지 않습니다. ‘오 마이 베이비’의 경우 신선함을 위해 걸 그룹 샤크라 출신인 재벌가 며느리 이은의 삶을 관찰했지만, 거대 저택에서 아이들에게 비싼 유기농 식단을 먹이는 이은의 삶은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뭇매를 맞고 퇴출됐습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예능이다 보니 좀더 재미있고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내려는 것은 당연합니다. 예능프로그램의 본분은 시청자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쯤 되면 무분별한 관찰 예능의 범람을 한 번쯤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양질의 정보와 컨텐츠를 전달해야 할 지상파 방송들은 의무를 방기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개그맨 이경규는 지난해 SBS ‘힐링캠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스타들의 사생활이 타성에 젖은 방송국의 대안컨텐츠가 되어서는 안된다”고요. “데뷔 33년 차, 시청자들이 아는 내 사생활은 결혼해 딸 하나 있다는 것뿐이지만 나는 여전히 건재하게 방송하고 있다”는 이경규의 말을 방송사 예능국장님들은 한 번 더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