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집단휴진 결의 안팎 … 의약분업 14년 만에 의료대란 가능성도

입력 2014-03-02 21:39 수정 2014-03-03 02:31

[쿠키 사회] 2000년 6월 전국 1만여곳 병의원 의사들이 가운을 벗고 거리로 나왔다. 의약분업으로 조제권을 잃게 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지는 환자가 나올 만큼 대혼란에 빠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10일부터 집단휴진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14년 만에 의료대란이 재현될지 관심이 쏠린다.

의협은 1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휴진 찬반을 묻는 총투표 결과 3만7472명의 회원이 집단휴진을 찬성했다고 밝혔다. 찬반 투표에 참여한 의사는 4만8861명. 의협 시·도의사회 등록 회원 6만9923명 중 69.88%,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된 현업 활동 의사(9만710명·2013년 기준)의 53.87%가 찬성표를 던졌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원격진료 반대, 의료민영화(의료법인의 영리자법인 설립) 정책 반대, 잘못된 건강보험제도 근본적 개혁,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의 독립 등이 우리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의약분업을 양보하면서 건강보험 수가의 대폭 인상이라는 열매를 따냈던 2000년의 성과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릐관건은 집단휴진 참여율=파업 찬성이 꼭 집단휴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많다. 의사들이 던진 찬성표의 의미는 의료발전협의회에서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안을 사실상 수용한 것에 대한 반대의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의료계 내부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의사들을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병원협회가 의협의 파업을 지지하지 않는 상황에서 병원에 소속된 봉직의, 전공의들은 병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한 대학병원 전공의 김모(32)씨는 “병원 차원에서 파업에 참여하라면 해야겠지만 하지 말라고 하면 할 수 없는 게 우리가 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집단휴진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직역은 의원급 개원의들이다. 하지만 2012년 포괄수가제 반대 집단휴진 사례를 보면 의원급 80%가 휴진에 찬성했지만 실제 참여한 비율은 30% 안팎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은 “전례를 보면 집단휴진 찬성률과 달리 실제 참여율은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이비인후과 개원의인 최모(46)씨는 “파업에 찬성한 것은 의발협 합의를 반대한다는 것이지 반드시 파업에 참여하겠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며 “찬성표를 던진 의사들도 선뜻 파업에 참여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릐정부, “대화 대신 법으로 해결”=정부는 3~4일 복지부,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의협의 집단휴진 강행에 따른 합동 대응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른 시일 내에 보건소를 포함한 비상진료반과 진료안내 콜센터 등 비상진료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의협 집행부가 구체적인 집단휴진 방법을 결정하고 참여를 독려하면 즉각 공정거래법에 따른 행정처분을 시행할 계획이다. 권 국장은 “집단휴진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 한 더 이상의 대화는 없다”며 “집단휴진을 독려하는 것만으로도 공정위가 검찰에 의협 지도부를 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집단휴진에 참여한 개원의들에게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협 회장은 공정거래법 및 의료법 위반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