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목사의 시편] 사순절과 탐욕

입력 2014-03-03 01:33


중국 춘추시대, 오나라의 합려(闔閭)는 선왕의 아들이었다. 그러나 사촌동생 요(僚)가 왕이 되자 그를 죽이고 오나라의 왕이 되고자 했다. 합려는 전제(專諸)라는 자객을 시켜 요를 해치려 했으나 요는 의심이 많고 조심스러운 성격이어서 빈틈을 찾기 어려웠다. 고심 끝에 전제로 하여금 요리한 생선의 뱃속에 비수를 숨기고 가게 했다. 요는 평소 쇠사슬 갑옷을 3중으로 입고 자신에게 가까이 오는 자들의 소지품을 모두 검사하는 등 매우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했으나 좋아하는 생선을 먹으려다 그만 자객의 손에 죽고 말았다. 식탐(食貪) 때문에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고린도전서 11장 21∼22절에서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회 사람들이 서로 ‘주의 만찬’을 빨리 먹으려고 한 행동을 꾸짖고 있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몫으로 돌아가야 할 것까지 남겨두지 않고 먹어버렸다. 바울은 ‘너희들이 집에 먹을 것이 없느냐’며 강하게 그들을 비판했다. 이처럼 먹을 것에 대한 욕심은 인간을 매우 추하게 만든다.

아귀(餓鬼)는 온 몸이 비쩍 말랐지만 배만 튀어나왔고, 입은 크지만 목은 가는 형상이다. 끊임없이 먹을 것을 탐하고 입에 넣지만 목구멍으로 넘기지 못하고, 커다란 배를 채우지 못해 항상 배가 고프다.

먹는 것을 탐하는 것이 이토록 추하며 인간성을 훼손시킨다면 반대로 음식을 끊고 마음을 온전히 하나님께 집중시키는 금식(禁食)기도는 그만큼 귀하지 않겠는가.

선지자들은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금식을 반대했다. 그러나 성경 전체를 보면 금식이 신앙인의 영성훈련 중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모세는 40일 동안 호렙산에서 금식했고, 느헤미야는 금식기도하며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했으며, 다니엘은 금식하며 믿음을 지켰다. 예수님도 40일 금식기도를 하셨으며, 초대 안디옥교회 성도들도 금식하며 기도해 바울과 바나바를 선교사로 파송했다. 이처럼 금식은 육신의 안일한 정욕을 뿌리치게 만들고 우리의 영혼이 온전히 주의 은혜를 바라보게 한다.

가톨릭 전통을 가진 국가에서 카니발이 시작됐다. 카니발(carnival)은 사순절 시작 전 3일 내지 7일 동안 벌어지는 가톨릭 국가의 축제다. 중세 프랑크 왕국 이후 기독교 국가에서는 사순절 기간에 강제로 금식을 시켰는데, 금식의 고단함을 위로하기 위해 사순절에 앞서 벌이는 축제가 카니발이다. 서양인들은 카니발 동안 먹고 마시며 쾌락을 즐긴다. 그 결과는 ‘카니발 베이비’라 불리는 성적 타락이다. 브라질 보건부는 올해 리우 카니발 때 카니발 베이비를 막기 위해 콘돔 1억100만개를 무료로 배포했다.

3월 5일부터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이 시작된다. 육신의 탐욕을 추구하면 돌아오는 것은 죄악이요 패망뿐이다. 사순절 기간에 금식과 같은 영적 훈련을 통해 우리의 영혼이 더욱 주를 향하길 소망한다.

<거룩한빛광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