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소녀 대학입학' 국문학도 된 정지인양

입력 2014-03-02 15:40

[쿠키 사회] “언니, 오빠들과 나이 차가 많이 나 걱정도 되지만, 차분히 공부하면서 꿈을 찾고 싶습니다.”

만 14세인 정지인(전북 전주시)양은 3일 네 살이나 위인 동기들과 함께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전북대 국문학과의 어엿한 새내기 대학생이다.

정 양은 1999년 6월생으로 2012년 2월 전주 서일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부모와 상의한 끝에 그림 공부에 더 집중하고 싶어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미술을 제대로 배우려면 시간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꿈을 좇은 지 1년쯤 지났을 무렵 뜻밖의 ‘사고’가 일어났다.

그림 그리는 데 몰입하다 보니 시력이 날로 나빠졌다. 생활에 불편이 없었지만 난시가 생기고 초점을 맞추는 능력이 떨어졌다. 결국 고심 끝에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접었다.

이후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이내 기운을 차리고 학교 진학을 위해 공부를 준비했다. 지난해 초 다시 교과서를 편 정 양은 4월 중학교 검정고시, 8월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그리고 11월 2014학년도 수능에 응시했다. 결과는 수리영역을 제외한 언어와 영어, 사회 영역에서 모두 1등급. 가족은 물론 본인도 놀랐다.

정 양의 아버지는 “지인이가 책을 좋아한 것 외에는 특별히 우수한 아이는 아니었다. 입시를 준비할 때 4년 정도 걸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학습력이 좋았다”고 말했다.

정시모집을 통해 합격한 정 양이 국문학과를 택한 건 미술 다음으로 좋아하던 문학 책을 실컷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 그는 초등학교 6년간 집 근처 도서관을 다니며 4000∼5000권의 책을 읽었다.

정 양은 “오리엔테이션과 새내기 배움터에도 참가했는데 선배와 동기 모두 친절하게 대해줘 고마웠다”며 “아직 어리기 때문에 앞으로 진지하게 진로를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주=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