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리커창… ‘리코노믹스’ 실종
입력 2014-03-01 01:34
리커창(李克强) 경제학을 뜻하는 ‘리코노믹스(Likonomics)’가 중국 언론에서 자취를 감췄다.
중국 국무원 주변에서는 리 총리가 새 지도부 출범 초기에 비해 개혁적인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힘을 많이 잃었다고 지적한다. 소식통들은 “리 총리의 권한이 약화되면서 개혁이 지체되고 있다”며 “이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홍콩 명보(明報)는 이에 대해 “리 총리의 개혁 정책을 뒷받침하는 국무원 내 싱크탱크 역할이 당 중앙에 있는 기관으로 많이 넘어갔다”고 28일 보도했다. 즉 국무원총리판공실(주임 스강·石剛), 국무원연구실(주임 닝지저·寧吉喆), 국무원발전연구중심(주임 리웨이·李偉)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 산하의 중공 총서기판공실(주임 딩쉐샹·丁薛祥), 중앙정책연구실(주임 왕후닝), 중앙재경영도소조판공실(주임 류허·劉鶴)이 개혁 관련 기능을 주도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여름 당 지도부와 원로들이 모이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경제 분야 업무는 당이 주도해야 한다”라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라고 명보는 전했다.
리 총리는 새 지도부 2인자 자리에 오른 직후 “개혁·개방이야말로 중국 경제에 최대의 보너스를 안겨줄 것”이라면서 행정 및 경제 개혁을 추진할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베이다이허 회의 뒤로 개혁을 추진할 동력을 잃게 됐다. 동시에 중국 언론에서는 ‘리커창 경제학’이 사라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8기 3중전회)의 ‘결정’을 기초하는 작업도 국무원이 아니라 당 중앙이 주관하게 됐다.
그러나 리 총리는 곧 열릴 양회를 계기로 다시 개혁의 전면에 나서는 시도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명보는 “리 총리가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일에 발표할 ‘정부공작보고’에 개혁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지난해 말 정부공작보고를 기초하면서 리 총리가 이끄는 국무원이 재정 경제 분야의 권한을 부분적으로 회복했다”고 보도했다.
리코노믹스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추구하면서 경제구조조정을 통해 안정성장 기반을 다진다는 큰 틀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시 주석은 27일 중국의 인터넷 정책을 총괄하는 ‘중앙인터넷안전정보화영도소조’를 출범시키면서 소조 조장을 맡았다. 시 주석은 “인터넷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국가 안보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소조는 ‘국가정보화영도소조’와 ‘국가인터넷·정보안전협조소조’를 통합한 조직으로 사이버 안보와 인터넷 여론을 단속하는 정책을 총괄하게 된다. 이에 따라 사이버공간에 대한 당국의 통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