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軍,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공항 봉쇄…전운 고조 일촉즉발 상황

입력 2014-03-01 03:41 수정 2014-03-01 15:19
러시아 해군이 28일(현지시간)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의 세바스토폴 공항을 봉쇄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들은 인근 흑해함대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림반도에 긴장이 고되는 상황에서 행방이 묘연했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우크라이나의 합법적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군, 크림 공항 봉쇄=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이날 러시아 해군병력이 수도 심페로폴 국제공항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는 군사적 침공”이라고 강조했다.

인테르팍스 통신도 러시아군이 전날 저녁 11시쯤 10대의 트럭과 장갑차에 나눠 타고 공항 주변 경계태세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무장폭도가 공항에 도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출동했다”는 러시아군의 말을 인용했다. 하지만 통신은 이후 공항에 배치된 이들이 러시아군이 아닌 친러 성향의 자경단원이라고 수정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확인을 거부했다. 앞서 이날 새벽 친러 성향으로 추정되는 50명의 무장세력이 심페로폴 공항을 장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와는 별도로 크림공화국 의회는 비상총회를 갖고 공화국의 자주권 확대에 대한 찬반투표를 5월 25일 조기 대선 때 함께 실시키로 했다. 표결에는 재적의원 100명 중 64명이 참석해 6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의회 비상총회는 소총 등으로 무장한 친러시아 세력 10여명이 의회 건물을 점거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의회는 또 아나톨리 모길례프 총리가 이끌던 내각을 사퇴시키고 친러 성향의 세르게이 악세노프를 새 총리로 선출했다.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크림공화국 의회의 주민투표 결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야누코비치, “내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쯤 러시아 남부도시 로스토프 온 돈의 기자회견장에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나타났다. 21일 밤 수도 키예프를 떠나 종적을 감춘 뒤 1주일 만이다. 그는 “야권이 21일 유럽연합(EU)과 함께 마련한 합의안을 파기한 뒤 우크라이나에 무법과 혼돈 상태가 시작됐다”며 “나를 쫓아내기 위해 서부에서 온 파시스트들에 의해 강제로 축출당한 것”이라고 과도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5월 25일로 결정된 조기 대선에 대해서도 “불법이기 때문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이 아직 적법한 대통령이라고 했다.

러시아로 도주한 것과 관련해선 “생명에 위협을 느껴 신변 보장을 위해 간 것일 뿐 도망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야누코비치는 “지지세력을 모으기 위해 21일 키예프를 떠나 동부로 이동했고 이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 신변에 위협을 느끼게 돼 러시아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우크라이나가 둘로 쪼개지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지만 군사적 지원을 요청하진 않았다”며 “어떠한 군사적 행동도 용납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러시아가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에 적극 개입해 줄 것을 촉구했다. 야누코비치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구경꾼이 될 것이 아니라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신변 안전이 보장 되는 대로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야누코비치의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우크라이나 ‘시계제로’=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과도정부와 대치하고 크림반도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지속되면서 우크라이나는 시계제로 상황이다. 러시아가 어느 편에서, 얼마만큼 지지하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일단 야누코비치의 신변을 보호해주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금융 지원도 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친서방 성향에 불만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론 우크라이나가 걷잡을 수 없는 경제적 혼란에 빠져 그 여파가 러시아로 미치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 지원을 약속했다. 반면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야누코비치 정권 인사들에 대해 잇따라 자산동결 조치에 착수했다.

이제훈 백민정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