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 모녀의 비극’ 왜?…“부정수급 단속에만 매달린 정부 탓”

입력 2014-03-01 03:40

서울 송파구에서 지난 26일 숨진 채 발견된 박모(60)씨네 세 모녀는 사회안전망의 완벽한 사각지대에 있었다. 지병과 부채를 짊어진 가족은 기초생활보장제도 같은 기본적 보호조차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등졌다.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부정수급 적발이라는 명분으로 ‘가난’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과 싸워온 정부가 빚어낸 사회적 타살”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가장(家長) 역할을 해온 박씨는 실직한 뒤 수입이 전혀 없었던 만큼 생계비나 긴급지원을 받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나 지자체에 어떤 지원도 요청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구 관계자는 “동 주민센터나 관내 통·반장을 통해 장기 체납자 등을 발굴해 지원하고 있지만 세 모녀는 전기·가스요금을 한번도 체납하지 않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따지자면 이들이 도움을 받지 못한 이유는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런 극단적 선택의 배경에 최근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부정수급 척결’ 정책이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박근혜정부가 출범 후 내건 ‘비정상의 정상화 1호 과제’는 복지 부정수급 근절이었다. 지난 1월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복지부정신고센터 활동 100일 만에 100억원의 복지부정을 적발했다”며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치기도 했다. 실상 빈곤층이 기초생활수급비를 부정하게 타낸 액수는 100억원 가운데 7000만원에 불과했다. 사무장병원이 빼돌린 돈이 72억원이었다.

정부가 40조원짜리 기초생활수급제도에서 7000만원의 부정수급을 적발하고 환호하는 동안 410만명 규모로 추정되는 빈곤층 사각지대는 방치됐다. 일선 지자체에서는 “새로운 수급자를 찾아낼 인력이 없다”고 난감해한다. 그 사이 수급자 규모는 2007년 155만명(전체 인구 대비 3.2%)에서 지난해 135만1000명(2.6%)까지 떨어졌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대부분의 복지제도가 신청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만큼 누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국민들에게 알리고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게 정부의 진짜 할 일”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수혜층을 넓히는 데는 손을 놓고 부정수급 근절 얘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사각지대 발굴과 부정수급 단속을 균형 있게 추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서 “충분히 지원받을 수 있는 세 모녀가 왜 도움받지 못했는지 너무 안타깝다. 정확한 상황을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송파구 관계자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긴급지원 등을 적극 홍보하고 통·반장 등을 활용, 더 많은 대상자 발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영미 최정욱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