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서류 “관인 서로 다르다”… 檢 조사팀, 국정원·변호인 측 공문 공식 확인
입력 2014-03-01 03:50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 재판에 검찰과 변호인 측이 제출한 두 문서의 관인(官印·도장)이 다른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두 문서는 검찰과 변호인 측이 각각 ‘중국 싼허(三合)변방검사참으로부터 발급받았다’면서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검찰 진상조사팀은 이날 문건 작성 과정에 개입한 선양영사관의 이모 영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진상조사팀을 지휘하는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DFC)의 감정 결과 싼허변방검사참에서 국정원과 변호인이 각각 받은 문건 2개의 관인이 동일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윤 부장은 “두 관인이 다르다는 사실이 곧바로 둘 중 하나가 위조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 문건은 유우성(34)씨의 북·중 출·입경기록에 ‘입입’으로 기재된 중국 입경기록이 시스템상 오류라는 정황설명서다. 검찰 측 문건은 ‘유씨 측 정황설명서가 거짓’이라는 내용의 답변서다. 두 문건 모두 육안으로 볼 때 같은 싼허변방검사참 관인이 찍혀 있다.
하지만 ‘두 문서의 관인이 다르다’는 DFC의 감정 결과는 국정원이 입수해 검찰에 제출한 문서가 위조됐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국정원 등 공안 당국은 증거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중국 측이 위조라고 한 것은 내용이 위조라는 얘기가 아니고 발급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는 이미 ‘변호인 측 문서는 합법적인 정식 서류이며 검찰 측 문서는 위조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인이 다르다는 것은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두 문서 중 하나는 위조됐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큰 셈이다. 게다가 검찰이 제출한 답변서가 위조됐다면 허룽시 공안국에서 발급한 유씨의 출·입경기록 역시 위조됐을 가능성이 짙다.
국정원은 여전히 위조 의혹을 부인했다. 국정원은 “문건에 사용된 관인이 다르다는 것과 문건의 진위는 별개 문제”라며 “문건을 최초로 입수한 저희 관계자가 문건이 위조된 것이 아님을 밝히겠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상조사팀은 이날 국정원 소속 이 영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 영사는 유씨 출·입경기록과 싼허변방검사참의 답변서 등을 검찰에 건네는 데 관여한 핵심 인물이다. 검찰은 이 영사를 상대로 문서들을 취득한 경로와 경위 등에 대해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부장은 “실체적인 내용에서 조사와 수사에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고 말해 진상조사팀이 사실상 수사로 전환했음을 시사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