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민주당 질려 부렀는디, 안철수당도 인물이 약하니…”

입력 2014-03-01 02:42 수정 2014-03-01 15:16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 광주시당 창당 발기인 대회가 열린 28일. 호남의 심장이라 불리는 광주의 민심은 복잡했다. 민주당에 대한 애증, 안 의원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면서 6·4지방선거를 향한 표심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누구도 아직 호남의 심장을 뛰게 만들지는 못하고 있었다.

오전 11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발기인 대회에서 안 의원은 중앙당 발기인의 배에 가까운 686명의 발기인을 내세웠다. 그는 축사에서 “새정치 대 낡은정치, 약속정치 대 거짓말정치의 대결”이라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이행하지 않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비판했다.

행사에 참석한 발기인들은 안 의원의 무공천 결정을 지지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한 광주시의회 진선기 의원은 “명분은 충분하지만 선언적 의미일 뿐”이라며 “최소한의 의견 수렴도 없는 독단적 (무공천) 결정은 새정치의 모습이 아니다”고 일침을 놓았다.

무공천이 큰 선거 이슈가 못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은행원 한경문(31)씨는 “새로 시작하는 조직과 기존 조직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때마침 이곳에서 광주여대와 광주대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려 건물 1층은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대학생들은 무공천 문제나 발기인 대회에 큰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신당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은 여전했다. 행사장 앞에서 만난 택시기사 홍성선(51)씨는 “좀 더 있어봐야 쓰겄지만…. 안철수 한번 밀어줘야지 민주당은 질려 부렀어”라고 주장했다. 그는 “60대 이상은 여전히 민주당을 ‘우리 당’이라고 하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안철수 한번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새정치연합 입당을 고민 중인 광주시의회 모 의원의 보좌관은 “광주시민들이 민주당에 워낙 실망이 커서 현장의 안철수 바람은 여전히 거세다”며 “대중적 인기 때문에 민주당 탈당을 고민하는 의원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부 왕수진(57)씨는 “안 의원의 팬이지만 인재 영입이든 뭐든 딱 보여주는 게 있어야 하는데 답답하다”며 “아주머니들 사이에 인기가 예전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행사장 근처 찻집에서 만난 이문수(64)씨는 “안 그래도 약한 야권이 나뉘면 새누리당에 어부지리가 될 것”이라며 “힘들더라도 민주당으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시장 선거와 관련해서는 새정치연합 후보로 거론되는 윤장현 공동위원장의 인지도가 아직은 낮았다. 운남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윤호(46)씨는 “민주당 후보들도 맘에 들지 않지만 윤 공동위원장은 뭔가 약하다”며 “안철수 쪽에서 누구 영입한다는 이야기가 없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씨는 “광주시민들이 이름을 들으면 딱, 아! 할 만한 사람을 낼 수 있으면 좋을 것인디”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최근 새정치연합의 호남 지지율은 민주당에 밀리는 추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의 2월 넷째 주 정례 조사에서 호남의 지지율은 민주당 35%, 새정치연합 27%로 나타났다.

광주=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