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착까지 10년… 다음의 제주살이] 돌하르방을 인터넷하게 하다

입력 2014-03-01 01:31


제주로 이주해 살려는 정착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더불어 제주에 생산공장을 짓거나 아예 본사를 옮기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2014년 현재의 제주 모습이다. 그러나 제주를 낯설게만 여겼던 10년 전. 당시 잘나가던 기업이 본사를 제주로 옮기는 모험을 시작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발상의 전환이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시도한 ‘즐거운 실험’은 10년 후 모두를 즐겁게 하고 있다. 제주도민도, 제주 지역경제도, 다음의 임직원도 모두 웃음 짓고 있다. 10년간의 즐거웠던 실험, 그 과정을 조명한다.

기대했던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10년 동안 진행한 ‘즐거운 실험’은 회사와 직원 모두가 만족한 결과로 돌아왔다.

10년 전인 2004년 3월. 다음은 제주도와 제주시, 제주대학교와 본사 이전을 위한 제주프로젝트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본사를 제주로 옮기는 다음의 즐거운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같은 해 4월 다음의 인터넷지능화연구소 소속 16명이 제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펜션을 겸한 사무실이 작업공간이었다. 다음의 본격적인 제주프로젝트가 진행된 것이다. 6월에는 3개팀 총 38명으로 구성된 미디어본부가 제주로 내려왔다.

직원들의 활기찬 이전작업에 힘입어 2006년 2월 다음 GMC(글로벌미디어센터)가 제주시 오등동에 완공됐다. 총 130명의 제주 직원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오등동 1만3200㎡ 부지에 건축연면적 4950㎡ 규모로 건축된 글로벌미디어센터의 앞쪽에는 크고 작은 오름(기생화산)과 한라산이, 뒤쪽에는 아스라한 해안선과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즐거운 실험의 시작은 말 그대로 즐거움을 추구하는 아이디어가 계기가 됐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느라 하루 2∼3시간을 허비하고, 창의성을 저해하는 수도권 중심의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보기술(IT)기업에 적합한 자유로운 업무환경이 필수적으로 요구됐다. 다음은 과감하게 글로벌 기업의 토대가 되는 지정학적 위치로 ‘제주’를 선택했다.

다음의 비전과 커뮤니케이션의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진적인 비즈니스 환경이 바로 ‘제주’라는 판단에서였다. 여기에 인터넷이 가져온 새로운 경제 환경에 대한 검증욕구도 제주 이전을 부추겼다. ‘지방의 정보화 촉진’과 ‘과학기술 진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즐거운 실험은 더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드디어 2009년 3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주주총회는 본사의 제주 이전을 의결했다. 이어 12월 신사옥 착공식을 가졌다. 다음 본사의 제주 이전은 2012년 4월 완성됐다. 오는 4월에는 스페이스탓투로 명명된 2차 사옥의 입주가 마무리된다. 2004년 시작된 실험 작업은 한 달 뒤 드디어 즐거운 ‘The End’를 선언한다. 다음에는 현재 직원 1539명과 자회사 임직원을 포함해 약 2500명이 근무 중이다. 이 중 제주에서 근무 중인 인원은 약 900명이다.

다음의 제주 이전은 다양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다음 본사는 수도권 기업 제주 이전 ‘제1호’로 기록됐다. 다음의 본사 이전에 자극받은 IT, 생명공학기술(BT) 기업들이 뒤를 이어 제주 이전을 추진했다.

다음은 자체적으로도 제주 이전에 대해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짧은 출퇴근 시간과 복지 지원책 등에 힘입어 인터넷 지능화연구소와 미디어 본부, 글로벌미디어센터가 지난 몇 년 동안 주목할 만한 성과들을 만들어냈다.

제주글로벌미디어센터는 블로거뉴스, 아고라, TV팟 등 다음의 주요 서비스를 탄생시켰다. 검색엔진 개발도 이뤄졌다. 이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공간에서의 업무 생산성 향상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대부분 직원들은 제주생활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일과 삶을 조화시켜 나가고 있다. 지난해 제주 근무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주생활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 ‘만족한다’는 응답이 91.3%에 달했다.

다음 직원 조훈(36)씨는 “서울보다 근무 공간이 넓은데다 사무실에서 한라산과 바다를 볼 수 있다”며 “점심시간에 텃밭을 가꾸면서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는 승마와 골프를 즐기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제주지역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인터넷운영 서비스 회사인 ㈜다음서비스를 제주에 설립해 지역고용 창출에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입사자와 근무자 중 제주지역 인재들도 다수 있다. 다음은 앞으로 제주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을 계속 채용할 계획이다. ‘인터넷하는 돌하르방’은 대표적 지역 공헌사업이다. 현재까지 164명의 개인과 28곳의 기관을 도왔다. 또 지역 청소년 교육을 위해 ‘깨끗한 정보세상 퀴즈대회’를 2008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제주대에 ‘다음 트랙’을 개설해 임직원 교과목 강의, 현장실습과 인턴십을 진행하고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

육심나(37) 사회공헌팀장은 “아름다운 섬에 정착한 제주기업으로서 지역사회의 즐거운 변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