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잡스의 마지막 꿈
입력 2014-03-01 01:35
예전엔 드라마가 한류를 주도했다면 요즘엔 K팝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 대중음악의 이 같은 인기 비결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은 중저음이 특징인 미국 스타일의 팝에 다양한 리듬과 화려한 안무, 동양적 요소를 가미해 독보적인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평한다. 즉, 여러 요소의 융합을 통해 성공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종합회사인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는 ‘이매지니어’라고 불리는 특별한 직업이 있다.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가 1930년대부터 사용한 이 말은 테마파크에 근무하는 엔지니어를 일컫는 직업이다. 이매지니어(imagineer)는 ‘상상하다(imagine)’와 ‘엔지니어(engineer)’의 합성어로 단순히 기술만 갖고 있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기술과 함께 엉뚱한 상상력을 지닌 직업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매지니어는 그야말로 디즈니사가 추구하는 인재상을 가장 적절히 나타내는 셈이다.
지금 소비를 이끌 제품이 되려면 눈이 번쩍 뜨일 만큼 혁신적이어야 한다. 이제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만으로 한 우물을 파는 것보다는 서로 다른 요소 간의 융합으로 혁신적이며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한다.
첨단 기술을 다루는 IT 기업 중에서 융합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기업 중 하나가 바로 애플이다. 아이팟의 경우 제품의 기술력과 음악 서비스 ‘아이튠’이라는 서로 다른 요소를 융합해 소비자들에게 ‘음악의 향유’라는 궁극적인 가치를 안겨주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애플의 DNA에는 기술뿐만 아니라 인문학이 녹아 있다’고 강조하곤 했다. 융합의 신화를 새로 써가는 애플이 최근 세계적인 패션 업체의 CEO를 잇달아 영입해 화제다. 이브생로랑의 CEO 폴 드네브에 이어 버버리의 CEO 안젤라 아렌츠가 바로 그 주인공들. 이들의 영입 이후 애플에서 새로운 큰 건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그런데 최근 그 큰 건의 실체가 바로 ‘아이카(iCar)’일 가능성이 높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애플의 인수·합병 담당 임원이 ‘자동차 업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CEO와 지난해 비밀 회동을 했다는 사실이 최근에 밝혀진 것. 아이카는 잡스가 죽기 전 꾸었던 마지막 꿈이다. 과연 죽은 잡스가 산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융합의 방향을 제시할까.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