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두고 볼 수 없는 도 넘은 국회 제 식구 감싸기
입력 2014-03-01 01:41
정치권이 국회의원 특권을 또 하나 만들었다. 여야 합의로 도입키로 한 특별감찰관제 감찰 대상에서 국회의원을 제외시킨 것이다. 비위 행위 감찰 대상을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 비서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자신들은 쏙 빠졌다. 새누리당은 삼권분립 원칙에 저촉된다며 처음부터 반대했고, 국회의원을 포함시켜야 한다던 민주당도 은근슬쩍 꼬리를 내린 탓이다. 제 식구 감싸기도 이 정도면 올림픽 금메달감이다. 하도 많이 들어선지 국민들의 비판이 이제 두렵지도 않은 모양이다.
정치개혁 얘기가 나올 때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단골 메뉴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였다.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등 의원 특권을 포기함으로써 국민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는 정치를 펴겠노라고 공언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 약속은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기존 특권을 포기하기는커녕 보란 듯이 새로운 특권을 만들면서 국민에게 단 한마디 사과도 없다. 의원들이 제 할 일은 하지 않고 더 많은 특권을 누리려고만 하니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깊어진다는 사실을 의원들만 모른다.
여야는 지난해 국회의원 겸직 금지와 국회의원 평생 연금 지급 중지, 국회 폭력 처벌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관련법을 처리하면서 특권을 내려놓았다며 갖은 생색을 다 냈다. 그러나 이 또한 사탕발림에 불과하다. 겸직 금지 규정은 19대 현직 국회의원들의 반발로 적용 시기를 20대 국회로 미뤘고 연금 지급 기준도 원안에서 크게 후퇴했다. 이래 놓고 특권을 내려놓았다고 큰소리친 정치권이니 이번에 특별감찰관 감찰 대상에서 의원을 제외시킨 게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후안무치(厚顔無恥), 면장우피(面張牛皮)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국민들이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대국민 약속을 헌신짝 취급하고, 지키지 않아도 국민들이 소 닭 보듯 하기 때문에 정치권이 국민을 얕잡아보고 우롱하는 것이다. 정치권에 특권 포기를 기대하는 건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강한 외부 충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