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행복 작정

입력 2014-03-01 01:35

‘이 세상에 행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한다는 가설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세상을 살면서 사람들을 만나보면 행복하지 않기로 작정한 것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대화 중 어떤 어려운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런 사람은 이렇게 반응한다. “그래도 내 처지보다는 나은 것 같네.” “그 사람은 그래도 나보다 더 많이 가진 것 같은데.” 결론은 언제나 자신은 불행하고 그 어떤 처지의 사람도 자신보다는 행복하다는 것이다. 남의 어려움은 안중에 없고 내 어려움은 과장되게 생각한다. 커다란 백지에 작은 점 하나 찍힌 것을 보여주면 넓은 면의 여백은 보지 못하고 작은 점 하나에만 집중해서 보는 것과 같다. 끝없이 남과 비교하고 가진 것을 즐기며 살 줄 모른다. 가까이서 웃음 짓고 있는 행복을 걷어차 버리는 법도 알고 있다. “너는 내 것이 아니야!” “내 인생에 행복 그건 존재하지 않아.” “정신 차려야지. 곧 어려운 일이 올거야.” “내게 왜 잘해주는 거지? 무슨 꿍꿍이속이람?” 이런 사람은 오히려 행복도 성공도 두려워하고 항상 갈등하고 원망한다. 불안심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행복을 감출 곳이 없어 끙끙대던 마귀가 인간 개개인의 마음속 깊이 행복을 감추어 놓고 인간은 결코 자신 속에 있는 행복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장담했다는 이야기에 수긍이 간다. 어쩜, 우리 속에 있는 행복이 자신을 좀 느껴 달라고, 기뻐해 달라고 애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늘 외면해 버리는 우리 속에서 말이다.

예수님께서 병자에게 “네가 낫고자 하느냐?”하고 물으시는 것이 요한복음에 나온다. 병자가 낫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데 왜 그런 질문을 하셨을까? 지금 우리에게 주님께서 “네가 행복하기를 원하니?”하고 물으신다면 “그야 당연하지요”하고 얼른 대답하기 전에 정말 내가 행복하기를 원하는가? 자문해보아야 할 것 같다. 행복이란 이미 내게 있음을 인정하고 느끼고 소중히 여김으로써 실제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내 마음에서 거부할 때 멀리 도망가는 것이 행복이라면 얼른 잡아야 할 것 같다. 행복하기로 작정해야 할 것 같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