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키리졸브 반발 메시지… 남북관계 속도조절 불가피
입력 2014-02-28 03:35
북한이 21일에 이어 27일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잇따라 발사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에 반발하는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로 주목받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했으나 앞서 남북 고위급 접촉에선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불만과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낸 바 있다.
과거 북한은 한·미 훈련이 이뤄질 때마다 우리 정부와 미국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계속해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정전협정 백지화’ 등을 선언하면서 대남 무력위협을 이어왔다. 이번 단거리 미사일 발사 역시 이런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를 통해 주문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선 계속 노력하겠지만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선 강한 거부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키 리졸브연습 첫날인 24일부터 다음 날까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세 차례 침범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무관하게 한·미 군사훈련을 계속하는 우리 측과 미국을 향해 일종의 시위를 벌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남 유화 공세를 벌이는 상황에 불만을 품고 있는 군부를 달래기 위한 카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단거리 미사일은 핵실험 또는 장거리 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의해 추가 제재가 이뤄지는 대상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강원도 깃대령 지역에서 동북쪽인 원산 방향으로 발사한 것도 저강도 긴장 조성을 위한 것일 수 있다. 남북관계 개선 추세를 고려할 때 북한이 노골적으로 도발 의도를 표출했다기보다는 적당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해 앞으로 남북 간 대화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는 관측이다.
어쨌든 남북관계는 일정 기간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이 훈련이 종료될 때까지는 북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남북대화 국면을 이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앞으로 자신들의 관심사인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고위급 접촉 채널을 제의하면서 남북대화 방향을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상황을 감안할 때 일단 대화에 나서면서도 자신들이 금강산 관광 재개 등과 관련된 협상에서 레버리지를 갖기 위한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