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결산 (5·끝)-비인기 종목 육성하자] 소치 기적들, 과감한 지원 통해 메달로 꽃피워야

입력 2014-02-28 01:37

루지, 봅슬레이, 컬링, 모굴스키, 스키점프…. 짜릿하고 재미있다. 동계 스포츠 강국에서 인기가 높다. 하지만 한국에선 비인기 종목이다. 저변이 약한 데다 메달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방송 카메라는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등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만 따라다녔다. 비인기 종목에 출전한 태극전사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무관심 속에 소치올림픽에서 활짝 꽃핀 희망을 이제 평창올림픽 메달로 가꾸는 과제가 남았다.

루지 남자 싱글의 김동현(23·용인대), 여자 싱글의 성은령(22·용인대), 남자 2인승의 박진용(21)·조정명(21)으로 이뤄진 루지 대표팀은 아스팔트 위에서 바퀴가 달린 썰매를 타며 훈련했다. 전복 사고로 온몸이 성할 날이 없었다. 너무 힘들고 고달픈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대표팀에서 뛰쳐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돌아왔다. 올림픽에 대한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소치올림픽에서 4개 종목(남녀 1인승·남자 2인승·팀 릴레이)에 모두 출전했다. 2010 밴쿠버올림픽 이후 처음 루지를 접한 선수들이 이뤄낸 쾌거다. 턱없이 부족한 정부 지원과 예산, 부실한 훈련 여건 등을 생각하면 기적 같은 일이다.

봅슬레이에선 원윤종(29)·서영우(23·이상 경기연맹)가 2인승에서 18위를, 4인승에선 20위를 각각 차지해 평창올림픽 메달에 청신호를 밝혔다. 그러나 국내 방송 3사는 이들의 경기를 생중계하지 않았다. 서영우는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비인기 종목이었기에 서러웠던 부분이 많았다”며 “피겨스케이팅이나 수영 등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니 인기 스포츠가 됐다”고 말했다. 인기 종목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성적이 우선돼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스켈레톤의 ‘신성’ 윤성빈(20·한국체대)은 종목 입문 17개월 만에 남자 1인승에서 1∼4차 레이스 합계 3분49초57을 기록, 역대 한국 썰매 종목 사상 최고 성적인 16위에 올랐다. 프리스타일 모굴스키의 최재우(20·한국체대)는 최초로 상위 12명이 겨루는 결선 2라운드까지 진출했다.

‘빙판 위의 우생순’ 여자 컬링 대표팀은 불굴의 투혼으로 감동을 안겼다. 신미성(36), 김지선(27), 이슬비(26), 김은지(24), 엄민지(23·이상 경기도청)로 구성된 대표팀은 최약체였지만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상위 랭킹의 일본, 미국, 러시아를 꺾었다. 컬링장이 두 곳뿐인 열악한 상황에서 일으킨 반란이었다.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 정부대표 자격으로 소치를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는 “비활성화 종목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투자와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평창올림픽이 남의 잔치가 되지 않게 하려면 공허한 약속에 그쳐선 안 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