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하산 인사 배제 못한 개혁안 성공하겠나
입력 2014-02-28 01:42
정부는 27일 빚이 많아 중점관리기관으로 지정한 18개 공공기관의 부채를 2017년까지 42조원가량 줄이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중장기 계획을 통해 밝힌 부채 증가 예상치보다 절반 정도 줄어든 규모다. 또 복리후생비를 과다하게 지출해 국민의 공분을 샀던 38개 공공기관이 연말까지 복리후생비를 31% 정도 감축하도록 했다. 정부가 사업조정, 자산매각, 경영 효율화 등 자구노력을 통해 공공기관 부채 감축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부채 감축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치워야 할 걸림돌이 한두 개가 아니다. 우선 노조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철도노조의 최장기 파업을 초래한 것처럼 공공기관 개혁안이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가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단’에 불참하고 경영평가도 전면 거부키로 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노조들이 연대해 파업을 강행하더라도 정부는 결연한 자세로 공공기관 정상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서민에게 박탈감마저 안기는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과도한 기득권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들이 자산을 팔면서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매물을 내놓으면 제값을 받기가 쉽지 않다. 빠른 시일 안에 부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파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부동산 경기를 예의주시하면서 매각 시기를 신축성 있게 조정해야 한다. 자산을 묶거나 쪼개서 파는 방안 가운데 어느 것이 유리한지도 면밀히 검토하기 바란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국전력 사옥처럼 알짜 매물이 대기업이나 외국 자본의 손에 넘어가면 특혜 시비가 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는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기 위해 기관장과 감사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도 낙하산 인사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실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과 부실 운영이 무능하고 노조 눈치만 살피는 낙하산 인사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기회만 있으면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사들을 공공기관에 내려보내는 청와대를 의식해 미적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낙하산 인사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가 부채 감축 및 정상화 계획에 대해 퇴짜를 놓은 LH공사 한국수자원공사 철도공사 철도시설공단 석탄공사는 가급적 이른 기간 안에 자구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