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상화 이행계획-주요 내용과 전망] 요금인상 없는 ‘42조 부채감축’ 가시밭길
입력 2014-02-28 01:35
정부가 27일 부채감축 계획과 방만 경영 정상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 개혁의 돛이 올랐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사업조정, 자산매각 등으로 부채가 과다한 18개 공공기관의 부채를 2017년까지 42조원가량 추가로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과도한 학자금 등 방만 경영 8대 항목에 포함된 복지 혜택도 줄줄이 사라진다. 하지만 부채감축 계획에서 공공요금 인상안이 빠지고 자산매각 전망도 불투명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부채감축, 곳곳이 지뢰밭=부채감축 방안은 크게 3가지다. 민간자본을 활용하거나 비핵심 사업을 축소하는 등 사업조정으로 21조7037억원, 자산매각으로 8조7352억원, 인건비 인상분 동결 등 경영 효율화 방안으로 5조8700억원을 줄인다. 정부는 또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 1배 이상, 부채비율 200% 미만, 당기순이익 흑자 등 3대 지표를 중심으로 재무 건전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막대한 부채를 줄이는 과정은 험난하다. 정부는 공공기관 자산 가운데 부동산 매각으로 6조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수도권 본사 부지와 철도공사의 용산·성북역 부지를 매각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노른자위 땅을 매각할 때 헐값 매각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또 자산가치가 커 막대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대기업만 혜택을 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우량 자산과 비우량 자산을 묶어 매각하고 민·관 공동으로 매각지원위원회를 구성해 헐값 매각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공공기관들이 주요 감축 방안으로 내세운 요금인상 계획도 좌절됐다. 기관들은 당초 물가상승률 2.5%를 고려해 전기·수도·도로·철도요금을 인상함으로써 3조80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최광해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요금 인상은 원가 상승이 기관의 재무관리에 중대한 장애가 된다는 판단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자구노력이 우선돼야 하고 (요금 인상을 하더라도) 원가 검증과 서민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재정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손쉬운 대책인 요금 인상과 정부 지원보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먼저 하겠다는 것이지만 부채감축이 당초 목표치에 못 미칠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방만 경영 개선 가속화, 노조 반발 변수=정부는 38개 중점관리기관의 올해 복리후생비가 3397억원으로 지난해(4940억원)보다 1544억원(31.3%) 줄어든다고 밝혔다. 올해 1인당 복리후생비는 290만원으로 지난해(427만원)보다 137만원(32.1%) 감소한다. 특히 한국거래소(1306만원→447만원) 등 방만 경영 중점관리기관 20개의 1인당 복리후생비는 242만원 감축된다. 38개 기관 중 36개 기관이 올해 3분기 내 방만 경영 개선 계획을 완료할 예정이다.
도로공사는 초등학교 5∼6학년 자녀 영어캠프비의 70%를 예산으로 지원하던 것을 없앴다. 강원랜드는 직원이 정년퇴직하면 직계가족을 우선 채용하던 관행을 폐지했다. 한국마사회는 초·중학생 스키캠프(1인당 30만원)와 영어캠프(1인당 63만원) 비용 지원과 장기근속자에게 5년 단위로 순금 5∼15돈을 지급하던 혜택을 대폭 줄였다.
다만 이행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조와 극심한 대립이 예상된다. 38개 중점관리기관 노조는 정부의 정상화 대책을 무력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협상이 본 궤도에 오르는 과정에서 노사 간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