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상화 이행계획] 청와대서 부담 느껴 제동?
입력 2014-02-28 02:33
정부가 27일 공공기관 정상화 이행 계획을 확정, 추진키로 하면서 공공기관 개혁은 본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낙하산 인사 방지 방안이 청와대 벽에 부딪히면서 ‘절름발이 개혁’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재부는 1주일 전인 지난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의 헤드라인을 낙하산 근절 대책으로 꾸몄다. 기관장과 감사 등 임원의 자격요건을 법제화해 향후 가고자 하는 공공기관과 관련된 업무 경력이 없는 후보자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막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지침 개정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키로 하는 등 시늉이 아니라 이번에는 강력한 의지가 수반됐음을 내비쳤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낙하산 근절 방안은 사라졌다. 공공기관 개혁이 1순위로 언급되면서 과다부채 등 다른 개혁안은 강조됐지만 낙하산 관련 내용만 콕 집어서 배제됐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이날 “공공기관 임원자격 기준은 계속 검토해나간다고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추진’에서 ‘검토’로 기재부의 낙하산 근절 의지가 퇴색된 셈이다.
이처럼 기재부의 의지가 급속하게 가라앉은 이유는 청와대의 제동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청와대가 업무보고를 사전 조율하는 과정에서는 무심코 지나갔지만 언론보도 등을 통해 낙하산 개선 방안이 강조되면서 불편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청와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낙하산 근절 방안을 포함시키면 지난 1년 동안 임명한 공공기관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자인하는 꼴이라고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낙하산 근절 방안을 배제한 이상 기재부도 앞으로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낙하산 인사 근절 방안이 동력을 잃으면서 앞으로도 낙하산 논란이 공공기관 개혁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낙하산 인사가 공공기관을 망친 주범이라는 공공기관 노조와 시민단체의 주장을 반박할 정부 논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세종=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