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류 선교사 기자회견… 북한이 공개한 까닭은?

입력 2014-02-28 03:32

북한이 억류 중인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씨의 기자회견을 27일 공개했다. 향후 남북 간 추가 고위급 접촉에서 협상카드로 활용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신교(침례교) 선교사인 김씨는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에 들어간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8일 체포됐으며 반국가 범죄 혐의에 대해 사죄한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김씨는 중국 단둥에서 성경과 기독교 교육용 교재 및 영화를 가지고 평양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김씨는 “북한을 종교적 국가로 바꾸고 지금의 북한 정부와 정치체제를 파괴할 생각이었다”면서 “국가정보원에서 돈을 받았고 그들의 지시를 따랐으며 북한 사람들의 스파이 활동을 주선했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과 평양방송 등 북한 매체도 김씨의 기자회견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씨의 부인 이모씨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고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며 “남편이 성경을 가지고 갔다고 나왔는데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김씨가 북한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중국에서 함께 선교활동을 했었다. 이씨는 국가정보원과의 연관성에 대해선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씨는 “그동안 하나님이 (남편을) 보호하실 거라고 믿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남편이 하나님의 섭리 속에 있음을 믿는다”며 “억류 중에도 복음의 열매가 맺어지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기자회견에서 언급된 북한의 조사 내용은 향후 김씨가 송환된 후 확인해봐야 할 사항”이라며 조속한 석방과 송환을 촉구했다. 정부는 북한이 김씨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를 밟을 가능성에 대비, 가족과 변호인의 방북을 허용해 현지 접견을 추진키로 했다.

북한이 김씨 회견을 공개한 것은 향후 이뤄지는 남북 대화에서 협상카드로 삼아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김씨가 죄수복을 입었던 케네스 배씨와 달리 양복을 입고 나왔다는 점에서 석방 수순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큰 틀에서 다양한 남북 간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진단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