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야누코비치 “러시아 살려줘요”

입력 2014-02-28 03:42

도피 중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고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 등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내 자치공화국인 남부 크림반도에서는 러시아로의 합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누코비치는 27일(현지시간) 인터넷에 올린 호소문에서 “우리나라 여러 도시의 거리에서 극단주의가 판을 치고 나와 내 측근들에게 육체적 폭력을 가하겠다는 위협이 들리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에 극단주의자들로부터 나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러시아 정부가 이 요청을 수락했다고 익명의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야누코비치는 호소문에서 우크라이나 최고 의회가 내린 결정들을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을 여전히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 간주했다. 그는 “동남부 지역과 크림반도가 무정부 상태와 혼란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깊은 정치적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크림반도에서는 이날 무장한 청년 50명가량이 자치공화국 수도 심페로폴의 정부 청사와 의회를 점거하고 러시아 국기를 내걸었다. 이들은 자치공화국이 러시아로 합병될지, 우크라이나에 남을지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이 지역 의회는 자치공화국 지위와 권한 확대에 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친서방 세력이 장악한 중앙 정부가 크림반도에 미치는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러시아 언론들은 자국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야누코비치가 두 아들과 함께 이미 러시아로 입국해 모스크바 외곽 정부 휴양소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야누코비치가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러시아 입국설을 부인했다. 대량학살 혐의로 자국에서 수배령이 내려진 야누코비치에게는 추가로 국제수배령이 떨어졌다.

서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접경 군부대에 비상 군사훈련을 지시한 데 대해 반발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권을 침해하는 어떠한 형태의 군사개입도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야권 지도부는 반정부 시위를 이끈 아르세니 야체뉵 조국당 대표를 과도내각의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야체뉵은 당 공보실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과도내각의 운명은 정치적 가미카제(자살특공대)나 마찬가지”라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용상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