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보다 절제된 조화… 전편 못지않은 예능 “여전히 재밌네”
입력 2014-02-28 01:34
형만한 아우 있다. 전편보다 낫지는 않아도 전편만큼 성공한다. 잘 나갔던 이름값만 믿고 속편으로 덤볐다가 시청률 참패를 겪은 TV 예능이 변하고 있다. 멤버 교체와 콘셉트 변화, 캐릭터 구축에 이르기까지 전편에 익숙한 시청자들을 배려하면서 새로운 시청자 유입을 꾀하며 ‘소포모어 징크스’(전편에 비해 속편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는 것)를 극복 중이다. 방송가의 해묵은 과제였던 시즌제 예능의 안착을 두고 정치권에서나 나올 법한 ‘발전적 해체’ ‘창조적 파괴’ 등의 수식어가 나온다.
◇변화보다 조화 유지하며 속도조절=최근 멤버 일부를 교체한 MBC ‘일밤’은 시즌2 격인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 모두 시청률이 10% 중반대로 안정적이다. KBS ‘해피 선데이-1박 2일’은 시즌2의 부진을 딛고 시즌3로 완벽히 부활했다는 평가다. 심사위원 유희열(43)을 수혈한 SBS ‘K팝스타 시즌3’도 각양각색 매력을 지닌 참가자들의 맹활약에 힘입어 오디션 프로그램 원조인 Mnet ‘슈퍼스타K’를 위협하고 있다. ‘응답하라 1997’의 속편인 ‘응답하라 1994’로 대박을 터뜨린 tvN은 ‘꽃보다 누나’ ‘더 지니어스’ 시즌2로 드라마에 이어 예능 속편도 성공시켰다.
과거 예능 속편은 제작진에게 무덤이나 다름없었다. 기존 콘셉트에 너무 집착하면 ‘날로 먹는다’는 비판이 나왔고 과감하게 변주하면 ‘낯설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편의 영광이 있기에 흥행해도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을 듣기 일쑤였다. 시청률 참패로 막을 내린 SBS ‘야심만만’ ‘패밀리가 떴다’와 MBC ‘나는 가수다’ ‘위대한 탄생’이 대표적이다. KBS도 간판 예능 ‘1박 2일’이 강호동(44)의 하차 직후 흔들려 시즌3로 반등하기까지 속을 끓였다.
최근 호평을 받고 있는 예능 속편들은 새로운 느낌을 주되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기존 멤버들 중 일부가 잔류한 가운데 새 멤버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시청자들이 어색할 법한 콘셉트 변화도 주지 않았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관찰 카메라로 예능 흐름이 바뀐 탓이 크다. 식상한 여행과 게임 대신 자연스러운 대화와 임기응변이 대세로 떠올랐다. ‘아빠! 어디가?’처럼 기존 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화롭게 멤버를 바꾸거나 ‘1박 2일’의 정준영(25), ‘진짜 사나이’의 헨리(25)처럼 ‘꽃미남’ ‘4차원’ 캐릭터를 넣어 변화를 준 것도 주효했다.
◇기존 정서 유지하면서 차별화가 관건=가장 성공한 예능 속편으로는 KBS ‘해피 투게더’가 꼽힌다. 2001년 첫 방송 이후 ‘쟁반 노래방’ ‘반갑다 친구야’ ‘사우나 토크’ ‘야간 매점’ 등 계속해서 포맷을 변경했지만 친구 같은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해 가족형 예능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예능 속편의 성공 비결로 정서 유지를 강조한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씨는 “‘아빠! 어디가?’ 시즌2 기본 구조는 시즌1 때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지난 성공을 등에 업고 단물이 빠지기 전에 재빨리 우려먹으려는 기획이 아니다”라며 “시즌1부터 이어진 시청자들과의 정서를 유지하면서 다른 육아 예능과는 차별화된 이야기를 더 갈고 닦아서 꺼내놓았다”고 평가했다.
예능 속편이 범람하는 것이 시청률 지상주의로 치닫는 방송가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지상파에 예능을 공급하고 있는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예능이 제 궤도에 오르려면 적어도 반년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 조급한 방송사들은 이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시청률 부진에 따른 우려 때문에 새 예능으로 대박을 꿈꾸기 보다는 기존 예능에 살을 붙여 기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