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어린이책-첫 번째 질문] 오늘 아이에게 무엇을 물어보셨나요?
입력 2014-02-28 01:34
첫번째 질문/오사다 히로시/천개의바람
“공부 열심히 했니?” “선생님 말씀 잘 들었니?”
학교에서 돌아와 신발을 벗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이렇게 속사포처럼 쏘아댄다.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하기야 이런 질문이라도 아이에게 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일하는 엄마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자녀들을 볼 수조차 없다. 그래서 귀가 시간에 맞춰 전화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전화를 해서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아이는 기쁠까? 행복할까?
“아이를 보면 제일 중요한 것부터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눈 흘기는 엄마라면 이 책을 읽어보자. 일본 교과서에 실린 오사다 히로시의 시와 이세 히데코의 맑은 수채화가 만난 시 그림책이다.
책은 질문으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 질문은 “오늘 하늘을 보았나요? 하늘은 멀었나요, 가까웠나요?”이다. 아이에게 이런 물음을 던진다면 아이는 뭐라고 답할까? “엄마가 왜 이러지?” 하면서도 집으로 오던 길에 무심코 본 하늘을 떠올려 볼 것이다.
질문은 이어진다. 좋은 하루란 어떤 하루인지? 어른들도 선뜻 답하기 어려운 이 물음에 아이들은 뭐라고 답할까?
빗방울을 가득 머금은 거미줄을 본 적이 있는지, 떡갈나무 아래나 느티나무 아래서 문득 걸음을 멈춘 적이 있는지, 모래밭에 풀밭에 앉아 본 것은 언제인지도 물어본다. 바쁜 일상에 쫓기는 도시인들에게는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그저 엉뚱한 물음들이겠다.
나에게 ‘우리’는 누구인지? 몇 살 때의 나를 좋아하는지? 마음속 깊은 곳을 살짝 두드리는 질문도 있다. 인생의 재료는 무엇인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턱 괴고 한참을 생각해도 답을 내놓기 어려운 물음들도 이어진다.
“세상의 말을 가볍게 여기지요. 당신은 말을 믿나요?” 이것이 마지막 질문이다. 뭐라고 답해야 할까.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자. 아이들은 뭐라고 답하는지 귀 기울여 보자. 세속의 때가 묻은 어른들보다 훨씬 현명하고 속 깊은 답을 할지도 모른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