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결혼은 의무” 미혼남녀 처벌했던 로마시대
입력 2014-02-28 01:34
고대 로마인의 성과 사랑/알베르토 안젤라(까치·1만8000원)
골드미스들에게 가혹한 벌을 내리는 법률이 생긴다면? 개인의 자유가 존중받는 현대에선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고대 로마에선 그랬다.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처녀와 총각을 처벌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당시는 결혼이 사랑의 결실이 아니고 사회적인 의무였던 시대라 부부간의 에로티시즘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래서 남성들은 개인적인 쾌락을 즐기기 위해 결혼을 최대한 늦췄고, 그 결과 출산율이 떨어지자 법으로 결혼을 강제했던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사회적인 현상뿐만 아니라 부부의 침실, 연인들의 밀실, 매음굴의 매춘부 방에서 이뤄지는 적나라한 성애까지 보여 준다. 성애 묘사는 작가의 상상력에 의지한 게 아니라 철저한 고증에 바탕 했다. 고고학 유적지에서 찾은 발굴품과 자료들, 프레스코 벽화, 조각상, 고대로마의 유적지인 폼페이와 에르콜라노의 낙서들, 고대문헌들과 현대 문헌들이 동원됐다.
역사서이지만 한편의 애정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건 저자의 서술 기법 덕분이다. 그는 우리를 기원후 115년 어느 화요일, 제국의 수도 로마의 광장으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사랑에 빠진 청년, 젊은 귀부인과 검투사, 화려하게 꾸민 고급 창녀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들의 하루를 통해 그 시대의 성과 사랑을 보여 주고 있다. 김효정 옮김.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