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침묵을 꿈꾸는 인간들의 헛된 욕구
입력 2014-02-28 01:34
동물들의 침묵/존 그레이(이후·1만6000원)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한번쯤 이런 궁금증을 가졌을 것이다. 조용한 실내에 자신과 함께 살고 있는 반려 동물이 눈동자만 반짝이며 침묵하고 있을 때, 대체 동물은 무슨 생각할까에 대해서 말이다. 런던정경대학교 유럽사상 교수를 지낸 존 그레이는 이렇게 말한다. “동물에게는 침묵이 자연적인 휴식의 상태이지만 인간에게는 내면의 소동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구원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침묵을 추구하지만 동물은 구원을 필요로 하지 않기에 침묵 속에서 살아간다.”
그레이는 인간사의 모든 갈등과 충돌에서 벗어나기 위해 침묵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 예컨대 독일 출신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막스 피카르트는 동물의 침묵이란 구원되지 않는 침묵이기에 인간의 침묵보다 열등한 것으로 보았지만, 그레이의 생각은 다르다. “인간 동물은 자신의 속성대로 존재하는 데서 놓여나기 위해 침묵에 기대려 하지만 다른 동물들은 일종의 타고난 권리로 침묵을 즐긴다.” 그는 인간의 침묵에 그 어떤 특권도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 묻는다. “과연 인간의 침묵이 향해야 할 곳은 어디인가”라고. 그리고 “그냥 바라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삶은 생각할 수 없는 것일까”라는 질문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김승진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