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제2의 안현수 사태’ 나올까 우려… 박승희 소속 화성시청 부당대우 논란

입력 2014-02-28 01:34


[친절한 쿡기자] ‘제2의 안현수 사태’가 오는 걸까요. 소치동계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여자 쇼트트랙 박승희(22)의 소속팀인 경기도 화성시청의 ‘선수 부당대우’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일부 선수 부모들의 주장을 근거로 한 인터넷 보도에 따르면 화성시는 2012년 대표선발전에 나가는 선수들이 경기복(트리코)이 맞지 않아 사달라고 요구했지만 예산이 없다며 거절했습니다. 선발전은 2012년 4월에 열렸고, 화성시는 빙상팀을 2011년 10월 창단했습니다. 창단 당시 운영예산은 연간 2억여원으로 결정됐습니다. 6개월이 지났는데 예산이 선수 경기복도 못 살 정도로 바닥났다는 것입니다. ‘소치 영웅’ 박승희는 11만4700원짜리 스케이트 장비를 자기 돈으로 샀다고 합니다.

선수 입단계약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화성시가 1월 1일이 아닌 10일부터 그 해 12월 31일까지로 계약을 했다는 겁니다. 계약기간이 1년이 안 되면 퇴직금이 없습니다. 올해 재계약이 안 된 김혜경(2007년 유니버시아드 대표), 최정원(2010년 벤쿠버올림픽 대표), 계민정(2005·2007년 유니버시아드 대표) 선수는 퇴직금은 물론 실업급여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부모들은 채인석 화성시장에게 항의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화성시 체육청소년과 빙상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는 “경기복과 장비 예산은 재료비 항목”이라며 “2012년 당시 재료비 예산은 1500만원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요청이 없었다. 일단 구두로 얘기하고 정식 공문이 왔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공무원의 설명대로라면 선수들은 스스로 사비를 쓴 겁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선수들은 필요한 게 있으면 코치나 감독에게 말합니다. 선수들의 요청이 있었는데 담당부서까지 전달되지 않은 건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시도 운영·관리 효율성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선수·코칭스태프는 연일 훈련과 각종 대회출전에 몰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본적인 것들마저 일일이 요청을 기다리고 굳이 공문까지 내라고 해야 했을까요.

이 담당자는 계약 문제에 대해선 “애초 채용공고에 ‘1월 초순’으로 나왔다. 선수들도 알고 계약했다”라며 “보통 재계약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표 경력까지 있는 선수들이 재계약이 안 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니 “선수 개인에 관한 부분은 말할 수 없다”고만 대답했습니다.

나아졌다 하지만 동계스포츠에 대한 지원이나 인프라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3개나 딴 선수가 부상을 당해 치료를 받던 중 팀이 해체되자 갈 곳이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2011년 러시아 귀화 전 성남시청 소속이었던 안현수 이야기입니다.

‘박승희도 외국 가서 편하게 운동해라’라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적지 않았습니다. 농담이겠지만 그저 웃기만 할 수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