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대구 근대골목 투어… 스토리의 힘
입력 2014-02-28 01:34
골목에는 사람 이야기가 배어 있다. 골목은 동네 사이로 이리저리 난 좁은 길을 말한다. 여기에는 보통사람들의 삶도 있고 위인들의 자취도 있다. 그래서 생활 터전도 되고, 역사의 현장이 되기도 한다. 대구의 근대문화 골목은 아름다운 노래가 상상력까지 더해줘서 이야기가 풍성한 골목이다. 가곡 ‘동무생각’에 나오는 청라언덕이 바로 이 골목에 있다. 푸른 담쟁이를 청라(靑蘿)라고 한다. 대구의 근대골목에는 감성을 우러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상화 김원일 같은 문학인이 이 골목에서 살았고, 화가 이중섭이 이야기를 남기고 지나갔다. 한말 국채보상운동을 편 서상돈의 옛집과 대기업 삼성이 시작된 이병철의 삼성상회도 여기에 있었다.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한 서양 선교사들의 흔적도 계산성당과 제일교회와 함께 나온다.
대구 중구청이 운영하는 ‘근대로의 여행 골목 투어’는 모두 5개 코스다. 어느 길에서도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져서 방문객을 맞는다. 3·1만세운동을 벽화로 만날 수 있고, 의료박물관에서 시대를 경험할 수 있다. 험한 시대를 살면서 상처가 난 마음을 달래주던 음악가 박태준이 나오기도 하고, 민족 저항시인 이상화의 애절하면서 강인한 시가 새겨진 비석을 만나기도 한다. 요절 가수 김광석도 커다란 초상화로 자리를 같이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문화브랜드대상’을 준 이 골목 투어에 올해 30만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