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청와대 코앞 웬 ‘보안여관’? 서울 표정 바꾼 공공미술의 힘

입력 2014-02-28 01:39


도시의 표정/손수호/열화당

때론 조형물 하나가 서울이라는 삭막한 도시의 표정을 바꾼다. 지나가는 이들을 웃게 만들고, 격려해 주며 강렬한 예술적 자극을 선사한다. 그것이 바로 공공미술의 힘이다.

저자는 국민일보 객원논설위원인 손수호 인덕대 교수. 1999년 책 ‘길섶의 미술’로 한국 공공미술의 가능성을 엿봤던 그가 15년 만에 다시 길을 나섰다. 심미적 요소, 주변 환경과의 조화, 시민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기준으로 눈여겨볼만한 조형물과 건축물 10개를 골라 독자들을 또 다시 공공미술의 세계로 이끈다.

2011년 12월 주한일본대사관 앞 거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부부 조각가 김운성 김서경의 치열한 작가 정신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저자는 특히 단발머리 소녀의 그림자를 바닥에 검은 돌을 이용해 쪽진 머리의 할머니로 새겨 넣은 데 감탄한다. 동상의 등장으로 서울은 아픈 역사를 결코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도시가 됐다.

경복궁 서쪽 영추문 맞은편의 ‘보안여관’(사진). 아픈 현대사를 비춰볼 때 청와대 코앞에 ‘보안’이라는 이름의 여관이 존재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흥미롭다. 1930년대 건립된 이 곳에서 시인 서정주는 동인지 ‘시인부락’을 만들었고, 시인 김동리 오장환 김달진과 화가 이중섭도 예술혼을 불살랐다. 2007년 숙박업을 접은 뒤 지금은 전시장으로 이용 중이다. 주인 최성우씨는 이 건물의 역사성과 문화성을 고스란히 간직하는 동시에 새로운 문화 발신지로 삼고자 한다. 저자는 “이런 사례를 많이 만들려면 건축주와 미술가, 브로커의 삼각편대를 넘어 공공의 참여가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공간의 혁신이 이뤄지고 도시 곳곳에 심미적 유산이 남겨지면 후손에게 전하는 위대한 선물이 된다”고 말한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