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만들어진 신의 나라’ 발간한 정창석 동덕여대 교수
입력 2014-02-28 01:39
“전후 처리 과정 천황 배제한 게 결정적 실수”
일본 아베 정권의 우경화가 날이 갈수록 더하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역사 왜곡 발언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통해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자위대의 군대화 시도까지 노골적이다. 일본은 왜 동아시아 이웃 국가들에게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가 된 것일까.
정창석 동덕여대 일본어학과 교수는 일본의 천황제에서 질문의 답을 찾는다. ‘만들어진 신의 나라’를 쓴 정 교수는 26일 전화통화에서 “일본에서 10년간 연구했는데 친절하던 일본인들이 역사 이야기만 나오면 경직되는 게 답답했다”며 “일본인에겐 건드려선 안 될 터부가 하나 있는데 바로 천황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천황제가 일본의 제국주의 과정에서 일본인들의 사상적 근간으로 작용한 데 주목한다. 일본은 1853년 도쿄만 앞바다에 미국 페리 함대가 등장한 것을 시작으로 문호를 개방하면서 서양의 억압에 대한 울분과 열등감을 갖게 됐다. 일본은 국가적인 복수 대상으로 아시아 나라들을 택했다.
그리고 ‘온 천하가 한 집안’이라는 의미의 ‘팔굉일우(八紘一宇)’와 천황만이 일본을 통치한다는 국체의식을 전 세계 민족에게 강요하는 ‘황도주의(皇道主義)’를 앞세워 대동아공영권 논리를 폈다. 정 교수는 “서양이 ‘백인의 책무’라는 개념을 앞세워 제국주의를 정당화했던 것처럼 일본은 아시아 국가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일본인의 책무’라고 주장했다”며 “백인들의 ‘기독교 복음 전파’ 대신 일본은 천황제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무엇보다 전후 처리 과정에서 미국이 히로히토 천황에 대한 기소를 면제해 책임을 묻지 않고, 신격은 없앴지만 상징적이나마 천황제를 존속시킨 것이야말로 결정적 실수라고 본다. 천황을 위한 전쟁이었지만 천황에 대한 책임을 면제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 누구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극우세력 그 자체보다 대다수 일본인이 그들의 주장에 심정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일본인의 심상에 뿌리 깊은 종교로 자리 잡은 천황제를 이해하는 것이 일본의 우경화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