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도 총리 퇴진 시위… 아들과 현금 1조원 은닉 논의
입력 2014-02-27 03:56
터키 총리가 아들과 1조원이 넘는 돈을 뒤로 빼내려는 모의 내용이 담긴 전화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터키 언론들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아들 빌랄 에르도안과 현금 10억 달러(약 1조730억원)를 숨기는 계획을 논의한 통화 녹음파일이 전날 밤 유튜브에 공개됐다. 통화는 터키 검찰과 경찰이 장관 3명의 아들과 국책은행장 등을 뇌물수수 혐의로 전격 체포한 지난해 12월 17일과 다음날까지 5차례 이뤄졌다. 검경은 최근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 스캔들’을 조사해 왔다.
에르도안 총리와 빌랄과의 첫 통화는 장관 3명의 아들 등에 대한 체포가 이뤄진 17일 오전 8시쯤 시작됐다. 에르도안 총리는 아들 빌랄에게 검경이 체포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알려주고, 아들 집에 있는 현금을 다른 장소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이어진 통화에서 빌랄은 아버지에게 돈을 숨기는 계획을 설명했고, 에르도안 총리는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일간지 자만은 이들의 대화 내용에서 최소 10억 달러를 5곳에 숨겼다는 설명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야당과 시민들은 거세게 분노하고 있다. 이스탄불에서는 이날 밤 카드쿄이 지역에 수백명이 모여 에르도안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는 수도 앙카라와 이즈미르, 안탈리아 등 10여개 도시에서 동시에 벌어졌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에르도안 총리를 “거짓말쟁이, 도둑”이라며 “총리는 사퇴하든지 헬기를 타고 도망가라”고 비난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유튜브에 올라온 녹음파일은 날조된 것”이라며 “터키 총리를 겨냥한 용납할 수 없는 반역적 공격”이라고 받아쳤다. 또 “국가 내부의 갱단이 정부를 전복하려는 사법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