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시아계 시민들 ‘소녀상 지키기’ 팔 걷어

입력 2014-02-27 01:37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일대에 거주하는 중국계와 일본계 등 아시아계 미국 시민이 글렌데일에 있는 위안부 기림 소녀상 지키기에 팔을 걷어붙였다고 연합뉴스가 26일 보도했다.

특히 일부 일본계 미국인들은 글렌데일 소녀상 철거 소송을 낸 일본계 주민을 강력히 규탄하고 일본의 진정한 반성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25일(현지시간) 글렌데일시 의회에 참석해 ‘시민자유발언시간’에 대거 발언권을 신청했다. 맨 먼저 발언에 나선 일본계 시민단체 ‘니케이보상운동’ 데이비드 몬카와 대표는 “소송을 낸 일본계 주민이 소녀상이 마음에 상처를 줬다고 주장했는데 글렌데일에서 60㎞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그가 왜 이곳에 와서 상처를 입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 땅에 유대인 집단학살 추모 시설이 있다고 해서 독일인이 불쾌하게 여기고 상처를 입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고, 오스만제국의 아르메니아인 학살 추모비가 미국 땅에 세워져 미국과 터키의 동맹에 금이 갔다는 말도 없다고 강조했다. ‘니케이보상운동’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가 수용소에 가둔 일본계 미국인들이 만든 인권단체다.

글렌데일 인근 도시인 몬터레이파크 시장을 지낸 중국계 미국인 베티 톰 추는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반성하라며 중국계 미국 시민 모두가 소녀상을 지키겠다고 역설했다.

아시아계 주민 외에 백인 주민들도 소녀상 지키기에 나섰다. 글렌데일 주민이라고 소개한 브라이언 크랩트리는 “미국은 흑인 노예와 원주민에게 저지른 만행을 반성하고 보상했다”며 “소녀상은 반인륜적 전쟁범죄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상징”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마무리되자 이날 출석한 글렌데일 시의원 4명 중 사회를 본 데이브 위버 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이 “소녀상은 우리 시의 소중한 자랑”이라며 “반드시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도록 지키겠다”고 응답했다.

소녀상 건립 주체인 가주한미포럼 윤석원 대표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나서서 시의회가 크게 고무된 것 같다”며 “필리핀과 베트남계 주민들도 지원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