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임대차 시장 개선안] ‘월세 시대’ 반영… 전셋값 상승 막고 임대시장 안정 기대

입력 2014-02-27 02:34


대책 마련 배경과 전망

정부가 26일 발표한 ‘주택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은 최근 임대차 시장의 흐름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연일 상승하는 전세 시장에 집중된 수요를 분산해 임대 시장의 균형을 찾겠다는 정부 의지도 담겨 있다. 하지만 임대인의 세원(稅源) 노출에 따른 저항 등 부작용도 예상된다. 여전히 수요가 높은 전세 자체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임대차 정책 균형 맞춰야=정부는 임대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세와 비교할 때 월세 임차인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2년 1월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중은 35.4%였다. 그런데 지난해 42.3%로 40%를 넘었고 올해 1월에는 46.7%로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월세의 주거비는 거주 유형별 주거비 수준을 비교할 때 가장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에 의하면 거주유형별 주거비 수준은 월세, 자가, 전세 순이다. 그간 정부가 전셋값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저리의 전세 대출과 공적 보증 등 지원을 강화해온 영향이다. 저리의 대출은 다시 전세 수요와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부 합동 발표에서 “전세가격의 높은 상승세는 임대인은 월세를 선호하고 임차인은 주거비 부담이 적은 전세를 선호하는 수급 불일치 때문이다”며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임대시장의 수급 구조를 개선해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임대시장을 안정시킬 구조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새 임대차 개편 방향은 긍정적=전문가들은 장기적인 방향에서는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월세 시대를 맞이하는 전(全) 정부 차원의 대비책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월세의 경우 그간 역차별을 당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방향성 측면에선 맞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잡히지 않았던 월세 임대 소득에 대한 과세 방향 역시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집주인 동의 없이 임차인의 월세납입 증명만으로 공제 신청이 가능하고, 3년 이내 경정청구를 통해 공제를 가능토록 한 점도 임차인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본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다수 선진국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임대소득을 관리해왔던 것과 비교해 우리나라처럼 임대소득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나라도 드물다”며 “그런 점에서 진일보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월세 부담이 완화되고 전세 수요가 분산돼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전세대출 축소와 월세부담 완화에 따른 가계부채 경감 및 소비활성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임대인 저항 거세지나=반면 임대인의 반발과 시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그간 대부분의 임대인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소득세도 내지 않았던 만큼 집주인 입장에선 “웬 날벼락이냐”는 거센 저항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2012년 기준 국세청에 임대소득을 자진 신고한 임대인이 전체 다주택자의 6% 정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집주인들의 거부감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임대인의 높아진 세 부담만큼 월세가 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도태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월세 가격 추이를 보면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세를 임차인에게 전가하려면 임대인이 우위에 있는 시장에서 가능한데 월세가 떨어지는 상황이어서 쉽게 전가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 부담 증가로 월세로 전환되는 속도가 늦춰지고, 계약 과정에서 세액공제 문제를 놓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이번 안이 전세 수요자를 배제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전세보다 월세의 주거비 부담이 큰데도 정부가 너무 일찍 ‘월세 시대’를 기정사실화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마치 전세는 비정상적이고 월세나 자가는 정상이라고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월세로 가겠지만 단기적으로 전세 세입자 부담이 크기 때문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