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3층 기숙사를 나흘 만에 뚝딱… ‘모듈러 주택’ 아시나요
입력 2014-02-27 02:32
지난달 9일부터 노원구 공릉동에 공공기숙사를 짓기 시작한 서울시는 4일 만인 13일 대학생 42명이 생활할 수 있는 3층짜리 기숙사를 뚝딱 완공했다. 서울 청담동 주택가에 있는 포스코의 외국인 기숙사 ‘뮤토 청담’(사진)의 18개 원룸이 제작부터 준공까지 걸린 시간은 45일에 불과했다.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주택’이 인기다. 저렴한 공사비에 시공기간도 짧은 이점을 이용해 기숙사와 임대주택 등 공공주택 영역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주택의 주요 구조부인 철제 기본구조체와 내화 단열재, 주방·화장실 및 수납장, 전기설비 등을 공장에서 최대 90%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한다. 골조나 벽체는 콘크리트 대신 철판을 이용하고 여러 층일 땐 각 층을 만든 후 차례차례 쌓아올린다. 버려진 자원을 재활용하기도 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학생 기숙사 ‘키토넨’은 사용 기한이 지난 선박 컨테이너 1000개에 단열, 배관 처리 등을 한 뒤 층층이 쌓아올린 건물로, 학생들을 위한 저렴한 기숙사로 활용되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다양한 장점이 있다. 우선 일반 주택보다 건축비가 적게 든다. 모듈러 주택 건축비는 현재 3.3㎡당 350만∼450만원대로 일반적인 도시형 생활주택과 펜션에 비해 건축비가 20%가량 싸다. 또 건축디자인 설계와 공장 골조 제작, 현장 토목공사가 동시에 진행돼 최대 50%까지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급하게 지은 집이라고 해서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외벽의 경량벽체 내부에 내단열 시스템으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도록 설계돼 있고, 무기질 단열재를 적용하여 화재에 대한 안전성도 확보했다. 층간소음이나 세대 간 소음차단성도 뛰어나다. 공간만 있다면 주택을 쉽게 옮길 수 있으며 주택 해체 후 철제 유닛 모듈을 최대 90% 재활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을 내세워 공공주택 영역에 모듈러 주택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포스코A&C는 현재 서울 서대문구의 대학생 임대주택 27가구와 부산 서면 임대주택 18가구, 울릉도 ‘희망의 집짓기’ 20가구, 전남 광양시 광철고 기숙사 16가구 등을 모듈러 주택으로 짓고 있는 중이다.
선박용 선실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은 스타코㈜도 모듈러 주택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월 경북 의성군에 2층짜리 기숙사(10실)를 완공했고 2011년에는 부산에 모듈러 공법을 이용해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의 고층빌딩(오피스텔 67실)을 건설했다. 최근 준공된 남극 장보고기지 숙소동 80실에도 모듈러 공법이 적용됐는데 스타코가 자재를 공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26일 “도심 자투리땅에 모듈러 주택을 세워 임대수익을 올리려는 사람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 다양한 건축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