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논의 본격화-통일 전 서독의 경우는] 총리실은 대화-협상 맡고, 내독성은 정책-예산 전담

입력 2014-02-27 01:36

독일은 서독 시절 동서독 교류와 통일을 위해 정부 내에 통일정책과 예산을 수립·집행하는 부처와 대(對)동독 협상·대화를 맡는 부처를 따로 두는 이원적 운영 체제를 가졌다는 특징이 있다.

전문가들은 옛 서독에서 총리실과 내독관계성(內獨關係省·내독성)이 통일 문제를 나누어 처리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총리실은 동독과의 대화·회담 등을 처리했다. 서독이 내각책임제 국가인 만큼 우리로 치면 청와대가 직접 대화·회담에 나섰다는 의미다. 서독은 정부 관계 부처에서 담당 분야 주요 간부들을 차출받는 형식으로 태스크포스 같은 혼성 전담반을 총리실 장관 아래에 편성, 대동독 협상을 전담시켰다. 따라서 동서독 주요 회담에는 내독성 장관이 아닌 총리실 장관이 직접 전면에 나왔다. 대표적인 인물이 동방정책의 설계자로 알려진 에곤 바르 전 총리실 장관이다. 바르 전 장관은 빌리 브란트 총리 시절 동서독 기본조약 체결 책임을 맡았다. 또 헬무트 콜 전 총리 때의 루돌프 자이터스 전 총리실 장관도 1989년 12월 당시 한스 모드로프 동독 총리와 회담을 갖고 동서독 자유왕래에 합의한 바 있다. 동서독 정상회담 추진도 총리실 몫이었다. 내각책임제 국가인 서독 총리실에서 통일 업무를 직접 맡았다는 점은 우리 정부가 통일준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내독성은 우리의 통일부와 비슷한 조직으로서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통일 관련 예산을 책정·집행하는 기관이었다. 염돈재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은 26일 “내독성은 민족의 이질화를 방지하고 분단의 고통을 해소하는 게 목적이었다”며 “내독성은 통일 이후 내무성 등으로 흡수·폐지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동독 반체제 인사 석방 사업인 프라이카우프(Freikauf), 이산가족 상봉 등의 실무와 예산 처리 등은 내독성이 맡았다. 통일 교육·홍보 등도 내독성이 처리했다. 내독성은 또 전독연구소라는 산하 기관을 두고 동독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정보를 축적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었다. 전독연구소는 동독의 인권유린 사례들을 수집·보관해 통독 후 구 동독 과거청산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다.

다만 서독에서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통일 전담 기구나 조직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통일준비위는 정부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 및 단체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