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초연금, 물가상승률 연동땐 지급 액수 낮아질 수 있다” 첫 인정

입력 2014-02-27 03:38


지난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평균임금상승률과 물가상승률 중 어느 쪽이 더 높은지를 놓고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10만원씩 지급)은 매년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평균임금(A값) 상승률에 따라 조정된다. 근로자들의 평균임금이 오르면 노인들이 받는 연금액수도 그만큼 인상된다는 뜻이다.

정부가 7월 시행을 예고한 기초연금은 물가 상승률만큼 올려준다.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높을 경우 현행 제도(기초노령연금)가, 그 반대일 때는 앞으로 도입될 기초연금이 노인들에게 유리해진다. 당시 정부 측 해명은 “최근 3년(2009∼2011년) 물가상승률이 A값 상승률을 상회했다”는 것이었다. 물가만큼 올려주겠다는 정부안이 노인들에게 불리한 게 아니라는 우회적인 반박이었다.

기초연금법안의 2월 임시국회 통과를 놓고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잊혀졌던 이슈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기자들을 만나 꺼내들었다. 문 장관은 “(기초연금 지급액을) 물가상승률에 따라 올리면 (액수가) 너무 낮아지는 문제가 있긴 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물가상승률 연동 방식이 장기적으로 노인들에게 불리하다는 사실을 처음 인정한 것이다.

이어 “반면 A값 상승률에 따라 연금액을 인상하면 국민연금과의 격차가 너무 커진다. 두 가지 방식 모두 문제가 있어서 정부는 ‘물가에 따라 올리되 5년마다 임금인상률 등을 고려해 조정하겠다’고 했던 것”이라며 “이것도 야당 쪽에서 걱정을 해서 재조정 시점을 3년으로 단축하고 외부위원회라는 포멀한(공식적인) 절차를 도입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물가 연동일 때 노인들이 입게 될 손해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최근 시민단체 발표 자료를 보면 기초연금을 물가에 따라 올릴 경우 2036년 기초연금액은 실질가치 기준 현재의 절반이 된다. 올해 정부가 약속한 20만원은 A값의 10%이다. 이게 22년 뒤에는 A값의 5%까지 떨어진다는 것이다. 2061년 이 수치는 3%까지 하락한다. 국민연금연구원 추계 자료를 보면 2015∼2061년 물가상승률은 2.0∼3.6%로 A값 상승률(4.0∼7.0%)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위원회를 만들어 조정한다고 하지만 예산 압박 등을 고려하면 물가상승률에 따라 지급액을 결정할 경우 임금상승률과의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원섭 고려대 교수도 “물가상승률이 A값 상승률보다 높은 경우는 거의 없다”며 “현재 기초연금액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인 만큼 장기적으로 가치 하락이 불가피한 물가 연동보다는 A값 연동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