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쾅’ 폭발음부터 침착한 구조까지 생생… 이집트 버스 폭탄 테러 현장 음성파일 입수
입력 2014-02-27 02:33 수정 2014-02-27 15:35
“쿠아아앙!” “으아악. 아아악.” “탕! 탕! 탕!” “집사님! 가만히 있어. 그대로 있어, 누워있어.” 지난 16일 발생한 이집트 폭탄 테러의 긴박한 순간을 담은 녹음 내용들이다. 평범한 여행객이었던 대한민국 국민들이 얼마나 야만적인 폭탄테러를 당했는지, 피해자들이 어떤 고통과 공포 속에 떨었는지 알 수 있다.
본보는 테러당시 우연히 스마트폰에 녹음된 총 4시간 분량의 파일을 26일 단독 입수했다. 사고가 오후 2시쯤(현지시간) 발생한 것을 감안할 때 녹음은 오전 10시 조금 지나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진천중앙교회 성도들은 당시 버스 안에서 김동환 담임목사와 예배를 드리면서 성지순례 일정을 시작했다. 가이드인 제진수씨는 ‘성지순례의 전설’이라는 별칭처럼 3시간 이상 구약성경과 성서지리에 대해 깊이 있게 소개했다.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생활, 만나, 시내산 언약 등 제 집사는 마이크를 잡고 성서의 내용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폭탄 사고는 녹음파일 중 3시간 52분쯤 발생했다. 버스가 타바 국경검문소 부근까지 왔을 때 제씨는 마이크로 이집트 통과 절차를 설명했다. 이어 김영철(61) 장로가 교인 대표로 나서 1박2일간 이집트 성지순례 기간 중 가이드를 충실하게 해 준 제씨에게 감사의 박수를 치자고 제안한다. 김 장로는 “정말 너무 고마워서 뭐라고 고마움을 표할 방법이 없고 힘찬 박수로 고마움을 표시합시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진천중앙교회 성도들은 정차한 버스에서 여권과 선물, 생수 등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10여명은 선반에 있던 짐을 내리기 위해 버스 통로에 서 있었다. 담소를 나누며 평온하던 관광버스가 아비규환의 공간으로 바뀐 것은 순식간이었다.
“쾅” 소리와 함께 금속과 유리 잔해가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몸에 파편이 박혔는지 여 집사의 울부짖는 소리가 시작된다. “아아악. 아, 엄마!” “뭐가 문제에요?” 성도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은 외부의 총성 때문이었다. “탕! 탕! 탕!” “왜 경찰들 안와?” “탕!” 위험을 무릅쓰고 버스에서 탈출을 시도한 것은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차에 불붙었어. 빨리 나와!” “나와서 엎드려!” “여기 다친 사람도 있어!”
긴박한 상황에서도 성도들은 서로를 도와 버스에서 탈출했다. 버스 안 성도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이집트인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 성도는 “우리 엄마가 저기 있어, 엄마!”라며 애절하게 울부짖는다. 사고 발생 6분 후 이집트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 2분40초 뒤 녹음은 끝났다.
녹음은 성지순례에 참여한 이광표(54) 장로가 우연히 스마트폰 녹음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이뤄졌다. 이 장로는 “녹음된 것은 알았지만 당시 끔찍한 상황이 떠올라 내용은 듣지 못했다”면서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들을 폭탄테러로 잔혹하게 죽인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실체를 제대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