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삼화] 양육비를 받아내도록 하려면

입력 2014-02-27 01:33


법률사무소에 찾아와 이혼상담을 하는 분들 중에는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도 많은데 많은 분이 이혼 후에 자녀를 양육하기를 원한다. 이때 양육비가 문제인데,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열악하다 보니 양육비 문제는 주로 어머니가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에 나타난다. 어머니가 일을 해 소득이 있거나 재산이라도 있으면 형편이 낫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자녀를 키우려고 한다.

2012년 우리나라는 이혼 부부가 11만4300여 쌍으로, OECD 회원국 중 이혼율 1위를 기록했다.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 역시 2012년 167만7415가구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결혼 안 한 자녀와 함께 사는 한부모 가정 역시 작년 말 기준 전국적으로 총 171만명에 이른다.

자녀를 양육하려면 돈이 상당히 들고 그 책임은 부모 둘 다에게 있는데도 비양육친은 이혼 후 처음 얼마간은 양육비를 주다가 점점 지급을 늦추거나 연체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10년도 여성가족부의 자료에 의하면 양육비 판결 후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받은 비율은 26.2%에 불과하였다. 또 2012년도 여성가족부가 한부모 2500명을 조사한 결과 83.0%가 양육비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고,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지급받은 경우는 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비양육친의 재산을 조회할 수 있고, 직접지급명령을 하여 비양육친의 고용주가 급여에서 양육비를 직접 양육친에게 지급하도록 할 수도 있다.

또 이행명령, 담보제공명령, 일시금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강제집행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양육친이 자영업자이거나 잠적하거나 소득이나 재산을 숨기면 양육비를 받아내기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또 양육비는 보통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도록 하기 때문에 양육비를 몇 개월 못 받았다고 매번 강제집행하기도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양육비 이행확보를 위한 법적인 구제절차는 마련되어 있지만 그 절차를 거쳐서 실제로 양육비를 받기까지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많이 소요된다. 자녀를 키우며 하루하루 사는 데 급급한 상황에서 한부모가 법적인 절차를 밟기도 어렵고 비양육친을 찾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한부모가 바라는 것은 양육비가 제때 지급되어 자녀 양육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다. 한부모 가정의 양육비 문제를 지금처럼 사적인 부양의 문제로 둘 경우 그 피해는 미성년 자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부모 혼자서 양육비를 부담하다 보면 빈곤의 늪에 빠지기 쉽고, 보육도 방치되거나 교육도 충분히 시키지 못하여 가난이 대물림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양육비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당사국은 아동의 양육책임 이행에 있어서 부모와 법정후견인에게 적절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해 양육비 확보책임을 부모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지우고 있다. 현재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은 정부가 양육비이행지원기관을 운영하고 있고, 스웨덴 등 북유럽국가를 비롯한 일부 국가는 정부 예산으로 한부모에게 양육비를 선지급한 뒤 비양육친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한부모를 대신해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아주는 ‘양육비이행지원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관은 소송 지원부터 양육비를 강제집행하는 등 양육비를 받아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부모 가정의 자녀가 차별을 받지 않고 자랄 수 있도록 법적·행정적 지원체계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양육비이행지원기관 설치는 적절한 정책이다.

김삼화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