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초연금법 급하더라도 첫 단추 잘 꿰어야
입력 2014-02-27 01:41
기초연금은 애초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주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고령화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가재정이 화수분이 아닌 다음에야 지키기 힘든 약속이었다. 정부는 결국 지난해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국민연금과 연계해 월 10만∼20만원씩 주기로 법안을 수정했다.
법안 수정은 불가피했다고 본다. 문제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 지급하겠다는 점이다. 여당과 정부는 소득하위 70%에게 최소 1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고,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지급액을 줄이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국민연금과의 연계 자체를 반대한다.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관계없이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국민들의 의견을 듣자며 TV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기초연금법안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7월부터 시행될 수 있다. 여야가 민생과 직결된 기초연금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우리로선 기초연금제를 도입해 최소한의 노후 안전판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하지만 아무리 급해도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복지정책은 한번 시행하면 되돌리거나 수정하기가 쉽지 않다. 시간에 쫓겨 대충 합의하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우리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에 연계하는 것은 성실히 국민연금을 납부해온 국민연금 가입자를 차별하고 국민연금 근간을 흔들게 돼 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기초연금법안이 발표된 지난해 국민연금 탈퇴자 수가 3만여명으로 국민연금 출범 이후 가장 많았다는 게 그 징후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연계안은 처음부터 대통령이 가진 생각이기 때문에 양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소득하위 75%까지 확대하는 것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여야는 2007년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최고 월 9만원가량 연금을 주는 기초노령연금제를 도입할 때 국민연금과 연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대통령 생각이라는 이유로 손바닥 뒤집듯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자녀교육비와 주거비 등에 치여 퇴직연금과 사적연금 준비를 많이 하지 못한 상당수 국민들에게 국민연금은 거의 유일한 노후보장 수단이다. 기초연금법안으로 이마저 흔든다면 어떻게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기초연금법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제대로 시행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