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화점 입점업체마저 브랜드를 속이다니

입력 2014-02-27 01:33

백화점이 서울 동대문 의류도매상에서 신제품을 사다가 유명 브랜드 라벨만 붙여 비싸게 파는 ‘동대문 택(태그)갈이’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백화점에 입점한 일부 유명 여성의류 브랜드는 동대문 도매업체에 나온 신상품 가운데 유행을 탈 만한 옷을 골라 자기 라벨로 갈아 붙인 뒤 구입가보다 3∼10배 더 비싼 값에 팔고 있다. 백화점 고급의류 매장의 100만원대 코트 중에도 택갈이 제품이 있다고 한다. 믿고 찾는 국내 브랜드 의류업체마저 짝퉁 상품이 주류를 이루는 동대문 의류를 고급 브랜드로 속여 폭리를 취하고 있다니 소비자들로서는 마음이 상할 수밖에 없다.

의류업체 측은 택갈이가 불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애당초 주문자생산방식(OEM)이나 하청업체를 통해 생산한 제품과 달리 택갈이는 엄연히 다른 곳에서 소비자에게 팔고 있는 완제품을 사다가 라벨을 바꾸는 것으로 소비자에 대한 기만행위다. 그러기에 택갈이 사실이 들통나지 않으려고 옷을 구입한 동대문 소매상에 납품하는 공장에 대해 “다른 도매상에는 납품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 아닌가. 또한 일부 고가 브랜드는 택갈이 사실을 숨기려고 안감과 지퍼 등 부자재를 다른 것으로 살짝 바꿔 제작한다니 그게 사기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동대문 의류 도매상들은 외국 유명상표는 물론 드라마 속 연예인이 입고 나온 브랜드까지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짝퉁 판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유명 제품의 카피제품을 좋아한다는 이유를 들어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베끼기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는 오랜 시간 독창적 디자인에 공을 들이는 디자이너들이 설 땅이 없어진다.

동대문 시장 상인들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짝퉁 시장’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노력 중이다. 동대문에 몰려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은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이 제시한 다음 계절 유행할 디자인을 카피한 뒤 나름대로 재창작해 신상품을 선보인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런 옷마저 택갈이의 대상이 되면 국내 의류제품이 통째로 불신을 살 것이다. 비슷한 값이면 믿을 수 있는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