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윤봉학] 죽음 위에 핀 ‘사랑과 용서’

입력 2014-02-26 01:59


“이 돈이 소중한 곳에 쓰인다면 하늘나라에 있는 제 딸도 기뻐할 것입니다.”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참사 희생자 유족들의 ‘사랑과 용서’가 사회를 밝히는 등불로 다시 피어나고 있다. 유족들이 보상금을 장학금으로 기부하자 교수들은 물론 일반 시민도 뜻 깊은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고(故) 고혜륜(18·아랍어과)양 부모는 25일 부산외대 정해린(75) 총장을 만나 보상금으로 장학금을 조성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양의 부모는 장학금 기탁 의사를 담은 서신을 전달하면서 “혜륜이의 소중한 꿈과 희망을 생각할 때 보상금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했다”며 “가족들과 논의한 결과 혜륜이처럼 꿈을 갖고 있을 학생들을 위해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부모님께서 기탁하신 돈을 혜륜이가 생전에 꿈꿨던 생각과 비전에 맞게 쓰일 수 있도록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곳에 소중하게 사용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합동영결식이 열린 지난 21일 고 박주현(19·비즈니스일본어과)양의 부모도 부산외대에 장학금 기부 의사를 전했다.

기부금액은 ‘1004만원’. 박양의 부모는 ‘치유의 수호천사’라 불리는 딸의 세례명 ‘라파엘라’처럼 “남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전 딸의 뜻을 기려 기부액수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대학 측은 장학금이 기탁 목적에 맞게 쓰이도록 다음주 중 이들 부모와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족들의 장학금 기부 소식을 접한 부산외대 교수협의회도 사고대책본부를 통해 학교 홈페이지에 성금모금 창구를 개설했다. 교수들은 성금을 모아 새로운 캠퍼스에서 대학생활을 꿈꾸었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암흑과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 제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족들이 기탁한 장학기금에 성금을 보태기로 했다.

박양의 아버지 박규생(52)씨는 전날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사고 책임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기보다는 국가와 지역사회에 다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의미다.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로 꽃다운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유족들의 사랑과 용서의 정신은 한 줄기 밝은 빛이 되고 있다.

부산=사회2부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