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혁신 3개년 계획-상가권리금 법제화 방향] 그간 인정 못받은 권리금 법적 정의부터 마련

입력 2014-02-26 02:33 수정 2014-02-26 14:33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권리금 보호제도 도입 방안을 밝힌 것은 권리금 법제화 논의의 첫 단추를 꿰었다는 의미가 있다. 그동안 권리금은 ‘용산 참사’ 등 숱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유발한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정부는 임차상인 간 관행으로 치부, 수수방관해 왔다.

정부 방안은 권리금 양성화·보호라는 ‘투 트랙’으로 구성돼 있다. 비교적 저항이 덜한 양성화 부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우선 법적으로 권리금을 정의해 돈의 성격부터 규정할 방침이다. 권리금은 그동안 법으로 인정받지 못해 법적 정의조차 없었다.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임차상인이 건물주에게 매번 패한 이유다. 건물주의 횡포에 대항할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표준계약서 도입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었던 방안이다. 권리금을 주고받을 때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기재하고 공인중개사가 이를 사용토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다만 정부는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으로 둘 방침이다. 충남대 김영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세를 피하기 위해 계약서 작성을 꺼리거나 이중계약서가 만들어질 우려가 있다. 실효성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임차상인의 대항력을 강화한 내용은 주목할 만하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환산보증금(보증금+임대료×100) 기준 이하의 임차상인에게만 대항력을 부여한다. 서울의 경우 환산보증금이 4억원 이하다. 대항력은 건물주가 바뀌어도 임차상인이 기존 계약을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 관계자는 “건물주가 바뀌어 난데없이 권리금을 떼이고 쫓겨나지 않도록 모든 임차상인에게 대항력을 부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안 가운데 ‘잔존 영업가치 회수를 위한 법적장치 마련’은 최대 난제로 꼽힌다. 임차상인이 영업 활동을 통해 일궈놓은 점포의 가치를 평가해 적절하게 보상하겠다는 내용이다. 핵심은 보상 주체다. 건물주로 했을 경우 반발이 예상되며, 국고를 동원하기도 쉽지 않다.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관계자는 “정책연구용역, 공청회 등을 거쳐 신중하게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건물주에게 부담을 지울 경우 다른 방식으로 임차 상인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영두 교수는 “영업가치를 보상하는 방식이라면 건물주 부담 부분을 빼놓고는 논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인정되던 무형의 영업 가치인 권리금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산출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일도 쉽지 않다.

권리금과 관련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일정액을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 개발, 분쟁조정 기구 신설을 통해 법정 다툼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도경 박세환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