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혁신 3개년 계획] 靑·기재부 2가지 버전 배포 ‘계획안’ 오보 해프닝

입력 2014-02-26 02:04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엇박자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안이 2가지 버전으로 배포되면서 오보가 양산되는 등 혼란이 일었다. 정부가 25일 예정됐던 브리핑을 취소하고 박근혜 대통령 담화를 통한 발표 방식만을 고집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홍보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3개년 계획 ‘전체본’이 없다?=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계획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배포된 자료는 2가지다. 지난 19일 기획재정부가 배포한 66쪽 분량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안)’ 요약본과 청와대가 이날 배포한 ‘경제혁신 3개년계획 담화문 참고자료’다. 당초 기재부가 배포키로 약속했던 상세내용을 담은 전체본은 배포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원본은 박 대통령이 읽은 담화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재부 주도로 만든 300쪽 분량의 전체본은 이미 완성돼 지난 주말 청와대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 전체본이 기존 정책을 나열하는데 그친 수준이하라는 판단을 내린 뒤 전방위적인 수정 작업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3대 추진전략을 위해 제시됐던 15대 과제는 10대 과제로 축소됐고, 기재부가 제시했던 경제혁신 100대 실행과제는 아예 존재 자체가 사라졌다.

◇국민들이 알아서 해석하라?=문제는 기재부 요약본과 청와대 참고자료 사이에 내용상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코스닥 시장을 증권거래소에서 분리하는 방안은 요약본에는 있지만 참고자료에는 없다. 요약본에는 매년 1조원씩 사교육비를 줄여 현재 19조원인 사교육비 시장을 2017년에는 15조원으로 하겠다고 밝혔지만, 참고자료에서는 은근슬쩍 2017년 목표치가 ‘17조원 이하’로 바뀌었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헛갈리는 상황이지만 이날 예정됐던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주재하는 공식 브리핑은 취소됐다. 당초 박 대통령은 담화가 아니라 모두발언 기자회견만 하고 나머지 상세내용은 현 부총리의 별도의 브리핑 자리가 계획돼 있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현 부총리가 별도의 브리핑을 할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모두발언 내용을 따로 나누지 말고 담화문에 다 담자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부 인터넷 매체와 석간신문은 의도치 않게 국민들에게 잘못된 내용을 전달했다. 정부는 뒤늦게 이날 오후 3시15분 김철주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이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기재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화상 브리핑을 통해 세부 내용에 대한 교통정리에 나서는 촌극까지 연출됐다.

이 같은 혼란은 정부가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기재부와 기재부 출입기자단은 지난 17일 3개년 계획 보도와 관련 약속을 했다. 공식발표 전에 기재부가 요약본과 전체본을 배포하고 이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조건으로 발표 당일인 25일까지 관련 기사를 쓰지 않겠다는 신사협정(엠바고 설정)을 맺었다. 그러나 기재부는 당초 19일 예정됐던 전체본 배포를 “다음 날 주겠다”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날 발표 직전 “전체본은 없다”며 말을 바꿨다.

세종=이성규 기자, 신창호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