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담화 최대 위기

입력 2014-02-26 02:33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가 수정될 위험에 처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노골적으로 재검증을 주장하는 데다 보수 세력의 여론몰이로 여론 역시 수정 움직임에 동조할 기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25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일본유신회 소속 야마다 히로시 의원과 24일 만난 자리에서 “(고노 담화 검증과 관련) 시기를 놓치지 말고 논의를 진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야마다 의원은 아베 총리의 발언을 기자들에게 공개한 뒤 “아베 총리가 최근 일부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고노 담화 수정에 대한 찬성 여론이 절반을 넘은 것은 당신 질문 덕분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고노 담화는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 일본유신회는 25일 열린 중의원 운영위원회 이사간담회에서 고노 담화에 대한 검증기관을 국회에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국회 안에서의 일이라 정부가 언급할 것은 아니다”면서도 “국회가 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가 장을 마련하면 굳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총리와 정부를 대표하는 관방장관이 잇따라 고노 담화 수정 의지를 시사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한·일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일본의 여론 역시 보수우익 세력의 여론몰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22∼23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고노 담화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58.6%로 ‘그렇지 않다’(23.8%)는 의견을 배가량 앞질렀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은 이미 1944년 일본이 네덜란드 여성 35명을 연행해 인도네시아 자바섬 인근에서 위안부로 삼은 사건을 단죄하기 위해 열린 BC급 전범재판에서 인정된 엄연한 사실이다.

한편 NHK는 24일 발표된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를 인용해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것은 미·일 관계 신뢰에 상처를 줄 가능성이 있다”면서 “아베 총리의 역사관이 일본 점령에 대한 미국인의 생각과 충돌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