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LG전자에 ‘넘버2’ 내주더니… 또 워크아웃 추진
입력 2014-02-26 02:33
국내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 팬택이 두 번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추진한다. 팬택은 워크아웃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하고 중장기 생존전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팬택은 산업은행 등 주요 채권금융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워크아웃을 추진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팬택 관계자는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고 중장기 생존 및 발전 방안을 마련키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도 현재 팬택 상황이 좋지 않지만 사업구조를 개선하고 추가적인 자금 지원을 하면 경영을 어느 정도 정상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팬택은 1991년부터 23년간 치열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생존해온, 나름 저력 있는 회사다. 특허도 4886건 보유했고 스마트폰 연구, 제조, 마케팅,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전 세계에서 롱텀에볼루션-어드밴스드(LTE-A) 스마트폰을 만든 업체는 삼성전자, LG전자와 팬택뿐이다.
하지만 몸집이 작다보니 외부 여건이 급변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어왔다. 2007년 4월에 유동성 위기로 첫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팬택은 2007년 3분기부터 18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며 2011년 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당시에는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중심이동을 하며 상대적으로 대응이 늦었던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휴대전화 2위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국내 시장이 삼성전자, 애플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다시 위기에 빠졌다. 팬택은 2012년 3분기부터 지난해 말까지 6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에는 창업자인 박병엽 부회장이 물러나고 직원 30%를 무급휴직시키기도 했다.
팬택은 워크아웃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적자폭을 크게 줄였고 1월에는 흑자를 기록했다”면서 “재무구조 개선으로 경영 정상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가 2월 임시국회에서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을 처리키로 한 것도 팬택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보조금과 장려금이 투명화돼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갈수록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전자, 애플을 비롯한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키아 인수, 레노버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 등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상황이라 팬택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