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돈 선거’ 격노
입력 2014-02-26 02:32
“헝양(衡陽)의 공산당원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3∼15일 이틀 동안 소집된 18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3차 회의에서 격노한 나머지 내뱉은 말이다. 후난(湖南)성 헝양시에서 지난해 초 치러진 인민대표대회(인대) 대표 선거에서 엄청난 돈이 오갔다는 보고를 듣고서다. 헝양시에 진정한 공산당원은 한 명도 없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홍콩 명보(明報)는 헝양시 인대 대표 선거에서 건네진 돈 규모는 1억1000만 위안(약 193억원)이나 됐다고 25일 보도했다. 헝양시 인대 대표 1인당 평균 수수 금액은 20만 위안(약 3500만원)에 달했다. 명보는 이에 대해 “1949년 신중국이 출범한 뒤 공개된 인대 돈 선거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지적했다.
“○○○은 어디로 갔나”라는 표현은 지난 8일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시 주석이 러시아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이 바빠 내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한 뒤 중국 인터넷과 언론에서 유행하고 있다.
문제는 규모에 차이가 있을 뿐 전국 대부분 지방 인대 선거에서 이처럼 돈 봉투가 오간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 주석이 헝양시 인대 돈 선거에 대해 크게 화를 냄에 따라 앞으로 각 지방 인대 선거의 관행이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헝양시 인대 대표 선거에서는 거의 모든 인대 대표들에게 돈이 건네졌다. 돈 받은 사람은 모두 642명. 이들 중에는 헝양시에서 뽑힌 후난성 인대 대표 56명, 헝양시 인대 대표 518명, 행정요원 68명이 포함됐다. 중국에서 성·시 인대 대표는 시 인대 대표들이 간접선거 방식으로 선출한다.
이에 따라 헝양시 인대에서 선출한 후난성 인대 대표 78명 중 56명이 돈 선거를 통해 뽑힌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헝양시 인대 대표 529명 중에는 518명이 돈을 뿌리고 당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은 수억원씩 돈 봉투를 돌리고도 낙선한 사람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인터넷, 관영 매체, 중앙기율검사위 등에 돈 선거 전모를 폭로하면서 드러났다.
결국 돈을 돌리고 당선된 성 인대 대표 56명은 자격이 정지됐다. 또 헝양시 인대는 돈을 돌리고 당선된 시 인대 대표 518명 가운데 512명을 자진 사퇴토록 했다. 헝양시 인대 행정요원들은 오래전부터 이러한 관행에 물들어 있어서 인대 대표 후보자가 만든 돈 봉투를 건네받아서 다른 대표들에게 돌리는 일을 전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