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결산 (3)-위기의 쇼트트랙] “패자부활전 도입 검토해야”

입력 2014-02-26 02:02


한국 쇼트트랙이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따낸 메달은 금 2, 은 1, 동 2로 모두 5개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더욱이 내우외환에 시달린 남자 쇼트트랙은 12년 만에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다. 반면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는 남자 1000m, 500m, 5000m 계주를 석권하며 3관왕에 올랐다. 국민들은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 빙상계의 현실을 집중 성토했다. 나약해진 한국 남자 쇼트트랙도 비난을 피해갈 수 없었다.

따라서 4년 뒤 평창올림픽에서 명예회복을 위해선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 및 훈련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과거 1차 선발전에서 2배수로 선수를 뽑아 5개월 동안 내부 경쟁을 시킨 뒤 2차 순위 결정전을 통해 국가대표 남녀 각 5∼6명을 최종 선발했다. 그런데 2008년부터는 경쟁 없이 단 한 차례의 선발전을 통해 국가대표를 뽑고 있다. 2010년에는 ‘타임 레이스’ 방식도 도입했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위가 아닌 개인 기록 순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한 것. 그러나 타임 레이스 방식은 몸싸움이 심한 실제 경기 능력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았다.

빙상연맹은 왜 자꾸만 대표선수 선발 방식을 변경했을까. 이유는 파벌이 같은 선수들끼리 ‘담합’을 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취지였다. 현재 빙상연맹은 자격대회 형식의 타임 레이스를 통해 1차로 후보를 걸러낸 뒤 한 차례 선발전으로 대표선수를 뽑고 있다. 만약 선발전을 앞두고 부상을 당하면 태극마크를 달 기회를 잃어버린다. 또 선발전 당일 컨디션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수 있어 기량이 가장 뛰어난 선수가 탈락할 우려도 있었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소치올림픽에서 남자 대표팀이 부진했던 것은 뛰어난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거나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선발전 횟수를 늘리거나 패자부활전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현수 사례처럼 독보적인 에이스 선수가 부상당했을 때 연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재활을 돕고, 재기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정책적 배려도 필요해 보인다.

대표팀의 경직된 훈련 분위기와 양적인 면을 우선시하는 훈련 방식도 손봐야 한다. 안현수는 지난해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확실한 선후배 관계가 중요시되는데 여기서는 그런 게 없다. 나이가 적든 많든 함께 어울려 운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운동량도 한국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처음엔 ‘이 정도만 운동해서 되나’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지만 자세히 보니 양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걸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메달밭’인 한국 양궁을 벤치마킹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양궁은 세계양궁협회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당하고 경쟁국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지만 꾸준히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다.

장영술 한국 양궁 총감독은 “전국 일선 지도자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국가대표 선발전과 훈련 체계가 기획된다”며 “국가대표들의 훈련 상황과 몸 상태는 매주 소속 실업팀 감독들에게 전달되는 등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다 보니 파벌이란 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빙상연맹이 귀담아들어야 할 얘기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