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그림책 작가 모 윌렘스 “아이와 그림 그리기 부모도 같이 해야”
입력 2014-02-26 02:00
“좋은 책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지, 답을 주는 게 아닙니다. 내가 51%의 작업을 하고 나머지는 책 읽는 아이들의 몫이죠. 그들이야말로 나의 협력 작가라고 생각해요.”
‘내 토끼 어딨어’ 등의 그림책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그림책 작가 모 윌렘스(46)의 말이다.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그림책의 위대한 발견전’ 참석차 내한한 그를 25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미국의 유명 어린이 TV프로그램 ‘새서미 스트리트’의 스타 작가 출신으로 2003년 그림책 작가로 전업했다. 대표작은 2004년 칼데콧 아너상을 받은 ‘비둘기에게 버스 운전은 맡기지 마세요’. 엉뚱하고 당돌한 비둘기를 내세워 운전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보여준다. 왜 비둘기를 택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하마는 너무 커서 책에 그려 넣을 수가 없었다”고 익살스럽게 받아치더니 이내 “다른 그림책을 통해 캐릭터가 정해진 동물들과 달리 비둘기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영역이라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답을 내놨다. 그는 “다섯 살짜리가 어른보다 더 철학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며 “나도 답을 모르는 것들을 책을 통해 질문을 던지다 보니 재미있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23일 한국의 어린이 독자들과 만나 함께 비둘기 캐릭터를 그려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는 “동양 어린이들은 점잖다고 들었는데 한국의 아이들이 의외로 자유롭게 행동해서 감동받았다”고 했다.
아이를 창의적으로 키우려면 좋아하는 일을 해 보라고 시키기보다 부모가 함께해 보라고 조언했다. 가령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면 저녁식사 뒤 식탁에 커다란 도화지를 올려놓고 함께 그림을 그리라는 것이다. 그는 “세상에 잘못된 그림은 없다”며 “아이가 그린 그림이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건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림이 잘못됐다고 느끼면 그 다음엔 이렇게 그려야 한다는 걸 배우기 때문이란다. 그는 또 무턱대고 “잘 그렸네”라고 말하기보다 “눈을 크게, 또는 코를 뾰족하게 잘 그렸네”라고 세세하게 말해주라고 조언했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는 말은 절대 해선 안 되며, ‘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