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테러 피해 성도들 입원한 안양샘병원 가보니… “이집트 악몽 치유, 한국교회 성원이 최고죠”

입력 2014-02-25 18:49 수정 2014-02-26 02:07


지난 16일 이집트 성지순례 중 이슬람 과격분자로부터 폭탄테러를 당한 진천중앙교회 성도 22명이 안양샘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대부분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으로 고통받고 있어 장시간 심리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25일 병원에서 만난 피해자들의 공통적인 증상은 심한 불면증이었다. 이모(60·여)씨는 몸속에 파편 일곱개가 박히고 갈비뼈가 골절됐으며, 양쪽 고막이 모두 파열됐다. 이씨는 “밤마다 그 때의 일이 생각나 깜짝깜짝 놀라 잠에서 깬다”고 말했다.

문모(52)씨는 폭탄테러가 발생했을 당시보다 테러 이후 12시간 동안 벌어진 불안한 상황 때문에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 문씨는 “총소리가 나고 화재가 발생하는 등 혼란 속에서 버스에서 빠져나왔지만 말도 통하지 않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서 “차에 실려 3시간 동안 어디론가 향했는데 테러범에게 납치당하는 건 아닌지 불안에 떨었다”고 말했다. 문씨는 “어제 밤에도 10번 이상 깼다”면서 “광야에서 계속 버스를 타고 다니거나 하는 불쾌한 꿈을 꾼다”고 털어놨다.

노모(56)씨도 “아내가 다리와 얼굴 등 18군데 파편이 박혀 피가 철철 흐르는데 이집트 병원에서는 솜 같은 걸로 상처를 닦아주는 게 전부였다”면서 “큰 병원으로 빨리 가야하는 데 말은 통하지 않고 피투성이가 된 아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자괴감까지 든 정말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차모(57)씨는 “피범벅이 된 상태에서 병원에 대기하는데 가죽점퍼를 입고 총을 맨 이집트인들이 오갔다”면서 “그들이 아군인지 적군이지 몰라서 불안으로 덜덜 떨었다”고 회고했다.

안양샘병원은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당시 대원들을 돌봤던 경험을 되살려 외상 치료 뿐만아니라 PTSD 치료까지 병행하고 있다. 지난 20일 병원에 도착한 성도들은 예배에 참석하며 미술·음악·심리·화훼 치료 등을 받고 있다.

박상은 원장은 “진천중앙교회 성도 대부분이 ‘왜 하필 나인가’라는 생각에 심리적 불안과 무기력감, 우울증, 불면증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때의 치료경험을 되살려 심리적, 정서적, 영적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피해정도가 경미한 2명은 퇴원했으며, 부상이 심한 김동환 목사 등 6명은 서울대병원과 아산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에 대해 한국교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경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은 “성지순례 중 불행한 일을 당한 진천중앙교회와 성도들이 하루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기도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안양=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