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대문에 ‘입춘대길’-‘손 없는 날’ 이사?… ‘무속신앙 타파’ 크리스천부터
입력 2014-02-25 18:48 수정 2014-02-26 02:31
#1.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모(45·회사원) 집사는 오는 28일 이사를 가기 위해 포장이사 업체와 총 200만원에 계약했다. 저렴할 때는 60만∼80만원이면 충분하지만 28일은 이른바 ‘손 없는 날’(귀신이 없는 날)이어서 2배 이상 비쌌다.
#2. 교회에 3년째 다니고 있는 박모(50·자영업)씨는 대문에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고 쓴 글씨를 붙였다. 출석교회 스티커 양쪽으로 큼지막하게 이런 글귀를 붙이는 것이 꺼림칙한 느낌도 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계속 붙여 놓을 생각이다.
#3. 윤모(65·여) 권사는 요즘 표정이 어둡다. 설날 궁금한 마음에 토정비결을 봤는데 ‘살이 끼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윤 권사는 “하나님, 올해 대운이 있다는데 음력 10월에 액운만 잘 모면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한다.
#4. 주부 김모(30)씨는 친정어머니에게서 부적을 하나 건네받았다. 용하다는 승려가 쓴 부적을 남편의 지갑에 넣어야 승진시험에 합격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크리스천이면서도 과감하게 뿌리치지 못했다.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5. 서모(27·여)씨는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미루고 있다. 궁합이 맞지 않다며 반대하는 어머니 때문이다. 대학 때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띠 궁합이 맞지 않아 가정불화가 많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나서는 마음에 동요가 생겼다.
알게 모르게 미신에 빠져든 크리스천들이 많다. 비싼 이사비용을 감수하고 ‘손 없는 날’을 골라 이사 날짜를 정하고 개업식이나 결혼식 날을 정할 때도 ‘손 없는 날’로 고른다. ‘손’은 귀신을 뜻하는데 음력으로 끝수가 9와 0인 날은 귀신이 하늘로 올라가고 없어서 귀신이 훼방을 하지 못한다는 미신이 있다. 이 때문에 이사와 개업 등 각종 택일의 기준이 되고 있는데 크리스천도 여기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입춘대길’과 같은 입춘첩(帖)을 부착하는 것도 성경적 관점에서는 옳지 않다는 해석도 많다. 토정비결이나 부적, 궁합 등도 생활 속 깊숙이 침투해 있는 미신들이다.
목회자들은 이는 모두 성경에 위배돼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재생 대현교회 목사는 “한국에 복음이 전래된 지 130년이 지났는데 아직 무속 풍속을 극복하지 못하니 문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길원평 부산대 교수는 “무속신앙에 매이면 온전한 믿음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크리스천은 운명이나 팔자에 짓눌려 살지 않으며 미신을 믿는 것은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주님의 인도하심을 믿고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바른 크리스천의 자세라는 것이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