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부흥의 현장 ‘남미 교회’를 가다] ⑥·끝 홍인식 멕시코 장로교신학대학교 교수

입력 2014-02-26 02:07


“이웃 사랑에 집중하는 남미 신학, 한국도 배울만”

1997년 5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중앙감리교회. 무료 급식을 위해 교회를 찾은 노숙인들이 둘러 앉아 요한복음 4장을 읽고 있었다.

예수께서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한 노숙인 여인이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말을 꺼냈다. “선생님, 이 이야기는 제 이야기에요. 제게도 다섯 남편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저와 아이들을 버리고 떠나 버렸어요.” 성경공부를 마칠 무렵, 그는 “손가락질 받던 이방인 여성을 위로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에 오늘 큰 위로를 받고 돌아갑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박사과정 학생 신분으로 ‘민중성서 읽기’를 진행했던 홍인식(57) 멕시코 장로교신학대학교 교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지난 13일 현지에서 만난 홍 교수는 “그 때 노숙인 여인과의 대화를 통해, 학문적 지식이나 지적 선입견을 버리고 성경이 말하려는 바를 그대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갖게 됐다”면서 “이처럼 풀리지 않는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성경에서 찾으려는 태도가 남미 신학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삶과 신학, 신앙이 분리되지 않는 것이 라틴아메리카 신학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는 것이다.

1974년 17세에 파라과이로 이민 간 홍 교수는 파라과이국립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9년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ISEDET)에서 조직신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민 1.5세 한국인 신학자다. 목회학 석사(M.Div)는 한국의 장신대 신대원에서 받았으며 2008년부터 4년간 서울의 한 중형교회에서 목회를 했다.

홍 교수는 “남미 신학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학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것은 신학이 아닌 경제학이나 정치학, 사회학의 역할이다. 그는 “신학은 이러한 학문에 그리스도인의 영성을 부여해 사회적 대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감당하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며 “신학 스스로 재판관은 아니지만, 재판관을 깨워 사회정의를 이루게 한 성경 속 과부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교회에 대해 지성에 몰입하는 미국과 유럽의 신학 대신 ‘이웃사랑’이라는 성서의 핵심 가치에 집중하는 남미 신학을 도입한다면 공교회성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홍 교수는 남미 신학에 대한 한국교회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육훈련원과 함께 남미의 주요 신학 서적들을 번역, 출간할 예정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