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대화 모멘텀 이어가야
입력 2014-02-26 02:05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대통령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겠다고 밝히면서 “남북 간의 대화와 민간교류의 폭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4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이 북측 수의방역위원장 앞으로 통지문을 보내 북한 내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소독약이나 방역기구 등을 지원하겠다며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안했다. 북한이 구제역 퇴치와 관련해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먼저 지원 의사를 전달한 점이 주목된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무관한 순수한 인도적 차원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언급에서 알 수 있듯 앞으로 정부의 대북 지원과 접촉이 활발해질 것임을 알리는 신호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한·미 군사연습 연계 입장을 철회한 지난 14일 남북 고위급 2차 접촉 당시 양측의 물밑 합의 결과일 수도 있다.
남북 접촉 창구가 다양해지는 건 바람직하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산가족 상봉에 이어 구제역 퇴치를 위한 약품과 장비 지원이 성사된다면 이명박정부 5년 동안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의 실타래가 풀릴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북측은 최근 대남 비방을 중단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적극 도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남북 모두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어 본격적인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상황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남북의 화해는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다. 박근혜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해 낼 수 있고, 김정은 정권은 경제적 실익을 챙기면서 대외적인 이미지도 좋게 만들 수 있다. 남북은 어렵사리 조성된 화해 분위기를 이어가 차곡차곡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러면 머지않아 금강산관광 재개나 5·24 조치의 해제도 가능할 것이다.
우려스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북한군 경비정이 24일 밤부터 25일 새벽 사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세 차례 침범했다가 돌아간 사실은 북한이 언제든지 평화공세를 멈추고 군사적 긴장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행히 북한군 경비정과 우리 군 사이에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또 24일부터 시작된 한·미의 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에 대해 항의의 뜻을 표출하기 위한 단발성 조치로 보인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남측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한 경계를 늦춰선 안 될 것이다. 튼튼한 안보 없이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는 불가능하다.